▲세 명의 악녀의 공통점은 어느 정도의 설득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미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얻고 있는 악녀라는 점이다.
sbs,IMBC
백성희(김미숙 분). 엄마라는 이름 아래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찬란한 유산>의 갈등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남편이 죽자 보험금을 가로 채고 엄마라 부르는 자폐아 은호(연준석 분)와 은성(한효주 분)을 거리로 내몬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승미(문채원 분)를 위해서였다고 항변하는 그녀이다.
물론 그녀가 자신의 핏줄인 승미에게만 엄마 노릇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맞다. 그러한 악행은 자신의 딸 승미의 행복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물질만능주의가 한몫을 하기도 했다. 그러한 악행은 결국 어머니라는 이름 아래 비뚤어진 모성애에서 기인했다.
여기에 그녀의 불행한 첫 번째 결혼이 작용했다. 돈을 벌지 않고 술만 먹으며 자신과 딸을 학대하던 남편으로부터 벗어나 안정적인 가정에서 적당한 경제력을 누리고 싶었던 백성희였다. 그래서 그러한 엄청난 갈등을 일으키며 거짓말을 덮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악행을 감추기 위해서 또 다른 악행을 서슴없이 감행했던 것이다.
그래서 백성희는 <찬란한 유산>에서 진정한 악녀로 통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든 행동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그녀가 행한 행태는 잘못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엄마의 심정이 어떤 것임을 아는 시청자들은 그녀를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었다.
여기에 그의 딸 승미도 <찬란한 유산>에서 제2의 악녀로 등장했는데, 그녀의 캐릭터의 경우 처음부터 악녀는 아니었다. 오히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그녀의 악행이 용서까지 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그녀는 선우환(이승기 분)를 좋아하는 마음에, 그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서 엄마의 악행을 눈감아주고 동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 동안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면서도 그대로 옆에 둔 선우환이였기에 그를 놓지 못하는 집착으로 인해 악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서 선우환을 잡을 수 없음을 깨닫자 엄마에게 모든 것을 포기하자고 눈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래서 승미의 경우는 악녀라고 단정 짓기에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이러한 캐릭터 덕분에 승미에게 시청자들은 비난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포현하였다.
이러한 악녀는 사극에도 있다. 바로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 분)이 그러하다. 물론 그녀의 악행은 백성희와 승미를 뛰어 넘는다. 황후가 되기 위해 권모술수를 모두 동원한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 한다.
자신을 믿었던 진흥왕(이순재 분)을 독살하려 했으며, 진지왕(임호 분)을 이용해 황후가 되고자 했으며, 허수아비 진평왕(조민기 분)을 왕으로 추대해 권력의 힘을 이용한다. 그러한 악행은 분명 용서받기 힘들지만 그녀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권력에 왜 집착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시청자들을 설득했다.
이처럼 세 악녀는 비난과 동시에 연민 혹은 동정을 느끼게끔 함으로써 과거 무조건 비난받는 악녀와는 확연히 다른 위치에 서있다. 물론 세 명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쳐 악녀 캐릭터 이미지를 좀 더 희석시킨 공이 크지만 분명한 것은 단편적인 악녀의 모습에서 좀 더 다각적으로 바라 볼 수 있는 입체적인 악녀를 탄생시킨 제작진의 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