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드라마 한 번 보수까!
그렇다면 <탐나는 도다>는 어떤가?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을 주말극에 보기 좋게 편성한 MBC의 색다른 도전은 참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그것도 30% 시청률을 올리고 있는 <솔약국집 아들들>과의 맞대결은 어쩌면 불 보듯 뻔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을 선택한 MBC의 도전은 첫 회 방송이 나간 후 작품의 자신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연기자들의 연기 호평이 일색이다. 특히 신인급을 주연으로 등장시켰음에도 연기자 서우는 정버진으로 분해 천방지축 해녀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물론 벽안의 눈을 가진 남자 황찬빈의 연기는 아직 어색함이 있지만 그 외에 조연들의 연기는 일품이다.
김경미, 방은진, 변우민 등 주변 인물들의 연기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다. 사실상 만화를 원작으로 했기 때문에 스토리뿐만 아니라 상황 설정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으나, 이러한 부분을 연기자들의 연기력으로 가감시켜주었다.
언뜻 <궁>을 연상케 하는 <탐나는 도다>는 17세기 영국의 윌리엄이 탐라(제주도)에 표류해 해녀 장버진과의 만난 후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으로 원작은 만화계에서 이미 인기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래서 <탐나는 도다>는 색다름이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주말드라마 편성은 너무나도 파격적이다. 만일 미니시리즈로 갔다면 시청률 면에서 승산이 있었을 텐데, 일단 그러한 편성 덕분에 6.7%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이를 차치하고 작품만 놓고 봐도 역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사실상 <탐나는 도다>는 색다른 도전을 많이 한 드라마이다. 이제껏 신인배우를 과감하게 기용을 했어도 외국배우를 기용한 전례는 찾아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퓨전사극에서 고어체를 쓰지는 않아도 사투리를 쓰는 전례도 없었다. 물론 <황산벌>에서는 "거시기가 거시기혀"라며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나왔지만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투리를 쓴 적이 없다.
가까운 예로 신라를 주무대로 하는 <선덕여왕>은 고어체를 사용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탐나는 도다>는 제주도 사투리가 등장한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 사투리는 우리나라 말이지만 가장 알아듣기 어려운 사투리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도 아주 친절하게 자막을 넣고 있지만 자막을 보면서까지 드라마를 보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제주도 사투리를 듣는 재미도 쏠솔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제주도는 여성중심의 사회였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가부장사회가 아닌 모계중심의 사회이다. 그래서 남편은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여자는 밖에 나가 고기를 잡는다. 이러한 설정이 남성 중심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제주도의 배경으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 여성이 중심이 되어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 자체가 신선할뿐더러 물질을 하는 해녀들의 모습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드라마에서 미의 기준이 다른 점도 색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드라마 상에서 최고의 미인을 정주리로, 추녀로 서우를 설정했다. 극중 정주리는 물질을 잘 할 수 있는 작은 눈과 넓은 어깨 그리고 탄탄한 다리 등으로 탐라 남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지만 반대로 왜소한 서우는 물질을 잘 하지 못해 구박을 받는 존재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색다름이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재미로, 어떤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도 있어 대다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특히 상대 방송사 드라마 시청률이 훨훨 날고 있는 가운데 <탐나는 도다>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2%로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탐나는 도다>는 분명 신선하다.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을 드라마로 이끌어 내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는 찬사를 받을 만하다. 또한 스토리면에서는 탄탄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도 <탐나는 도다>가 시청률을 얻지 못해도 합격점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2009.08.10 09:2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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