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경성제국대학의 본부였던 건물로 지금 우리 문화와 예술의 중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쓰고 있다.
김수종
단체의 목적은 예술의 자생력을 신장시키고, 예술 창조를 견인하며, 예술적 융성과 사회생산력의 신장을 동시에 발전시켜 예술시장의 생산력을 확보하는 것과,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가 문화예술이 주는 창조적 기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예술진흥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일행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입주하고 있는 건물이 다름 아닌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의 본관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조선의 통치를 원활히 하기 위해 세운 경성제국대학의 심장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논하고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경성제대 본관은 화신백화점 등의 설계를 했던 조선 최고 건축가였던 친일파 박길룡(朴吉龍)의 작품으로 1930년 8월 착공해 일 년 2개월 만에 완공한 것이다. 1981년 사적 제278호로 지정된 바 있는 이 건물은, 아쉽게도 해방이 된 후에도 한국 대학교육의 중심인 국립 서울대학교 본부로 쓰였다.
1975년 3월 서울대가 관악으로 이전할 때까지 30년간 대학본부로 쓰이다가 1976년 10월부터 문예진흥원이 쓰다가 2005년부터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이어받아 쓰고 있는 곳이다.
박물관으로나 쓰여야 할 것 같은 문화재가 아직도 한국 민족예술과 문화의 심장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바로 이웃 건물에 세 들어 살면서 장애인들의 검정고시를 지도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같은 곳과 맞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갈 곳이 없어 마로니에 공원에서 천막교사를 운영하다가 어렵게 정부 보조금을 받아 월세를 내어가며 힘들게 운영하고 있는 노들장애인야학 같은 곳이 이런 곳에 들어와 '일제의 잘못된 식민지 교육의 장을 우리는 소외받는 장애인들의 교육장으로 제대로 승화하여 이루고 있다'라는 선언을 하고 싶어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건물 안팎을 두루 둘러본 다음, 식사를 하기 위해 마로니에 공원을 지나는 길에 '쇳대박물관'의 외벽이 특이하여 사진을 한 장 찍어온다. 녹슨 철판 위에 나뭇가지를 조각해 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