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제거에 앞서 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망과, 투터운 점퍼를 착용하는 119 대원
이완구
미리 준비된 망을 머리에 쓰고, 찌는 듯한 더위에도 불구하고 보기에도 부담스러운 두터운 점퍼를 착용한 후 벌집을 담을 비밀봉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난간에 매달린 대원의 모습은 옆에서 보기에도 위험천만해 보였다. 벌집 제거가 시작되자 대원들 모두가 긴장하는 듯했다.
벌집에 비닐봉투를 덮어씌우고 제거를 시작하자마자 벌들의 숫자와 움직임이 상당히 빨라짐을 옆에서도 눈과 귀로 느낄 수 있었다.
로프 하나에 의지해서 벌집을 통째로 들어내어 비닐봉투에 담고 한 손으로 봉투의 윗부분을 봉한 대원은 교무실 안쪽에 있던 대원에게 벌집이 들어 있는 비닐봉투를 전달한 후 ○킬러를 벌집이 있던 장소에 뿌렸다. 그곳에 다시 집을 만들지 않도록 뿌려두는 거란다.
그 사이 안으로 들어온 벌집이 담긴 비닐봉투는 안전한 망 속으로 다시 넣어졌다. 봉투가 움직여질 때마다 말벌들의 날개 짓 소리가 무겁게 들렸다.
외출했던 벌들이 자신의 집이 사라진 것에 당황했기 때문인지 말벌들이 10여 마리 이상 주변에 날아다녔다. 신속하게 교무실 안으로 들어온 대원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런 대원들의 위험과 수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디서 '벌집은 약으로 쓴다', '벌집으로 술을 담그면 그만이야' 하는 말들이 기억났다.
"벌집은 주고 가시면 안되나요?""왜요?""약이나 술 담그면 좋다고 해서...""드려도 되는데, 위험해요. 저희도 이거 가져가는 즉시 폐기해요.""그런가요...""저희가 위험한 상황에 벌집을 제거해 드렸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가 일하는데 힘이 안납니다.""죄송해요."부끄러웠다. 벌들의 공격이 걱정되어 119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벌집이 제거되자 잠시 전까지 벌들의 위험은 잊고 잿밥에 온통 관심을 집중해서, 벌과 추락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생한 119 대원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 미안한 마음을 시원한 음료수 대접으로 대신했다.
인간의 욕심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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