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지지율로 곤혹스런 표정의 말콤 턴불 당수.
호주 국영 abc-TV 화면 캡처
바로 그 방송이 방영된 날에 이명박 대통령은 말콤 턴불 당수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 연유로, 턴불 당수는 "호주의 현금보너스 정책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이 대통령의 의견은 어떠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저소득층에 현금을 나눠주는 것보다 쿠폰을 나눠주는 것이 더 좋다"는 답변을 건넸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턴불 당수는 그 자리에서 "한국은 환란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라여서 이명박 대통령이야말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상"이라고 말했다. 그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턴불 당수와 만난 사실을 그의 발언을 곁들여서 몇 차례 거론했다. 이 대통령 또한 "매사 비협조적인 한국의 야당과는 큰 차이가 난다"면서 부러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호주는 오랫동안 그런 전통이 이어져 온다. 러드 총리도 야당 당수 시절에 국빈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내각책임제 하의 야당 당수는 정권이 바뀌면 바로 총리에 취임하는 '그림자내각'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턴불 당수는 여러 측면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서 대기업 CEO가 된 기업인 출신이고 엄청난 재력가다. 그러다 보니 친기업적인 정책을 선호할 뿐 아니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미련을 떨치지 못한다.
턴불 당수는 지난 6월 중순, 자신에게 고급 정보를 빼돌리던 재무부 고위관리가 가짜로 만든 이메일을 근거로 케빈 러드 총리와 웨인 스완 재무장관이 자동차 판매상을 경영하는 사업가 친구에게 특혜를 주었다고 공격해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국가공무원에게 비밀정보를 얻어내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총리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만용 또한 야당 당수의 품격을 의심케 만드는 대목이었다. 더욱이 그가 자신을 돕다가 곤경에 처한 재무부 관리를 비판하면서 '버리는 카드'로 활용하자 여론은 극도로 나빠졌다. (6월 27일자 해외리포트 기사
"총리에게 부탁했다, 000을 도와주라" 참조.)
그 사건은 호주 국민들에게 '성공한 CEO 출신 말콤 턴불 당수'에 대한 희망을 접게 만들었다. 아울러 가뜩이나 노동당 정부와 케빈 러드 총리의 높은 지지율에 잔뜩 주눅이 들었던 자유-국민 연립당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말콤 턴불 당수의 '날개 없는 추락'을 놓고 호주 정계와 언론에서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 기자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맥신 맥큐 의원(원내 장관 겸임)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스타일에 실망했다"면서 "아무래도 CEO의 밀어붙이기식 마인드가 몸에 밴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가난한 집안의 수재로 고독한 소년시절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