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를 부탁해>가 방송되자마자 수목드라마 1위로 올라서며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음이 입증되었다. 한국판 패리스힐튼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 아가씨를 둘러싼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이다.
장르면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만큼 상대 경쟁작과 장르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대중성도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특성이 있는 만큼 <아가씨를 부탁해>는 방송사에서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으리라.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아가씨를 부탁해>는 뻔한 스토리 전개와 타이틀 롤을 맡은 윤은혜의 미흡한 연기력으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물론 단 1회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분명 윤은혜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윤상현의 연기는 역시 그동안 쌓은 내공이 돋보였다.
로맨틱 코미디, 무조건 다 흥행하지는 않아!
사실상 내용을 놓고 보면 <꽃보다 남자>를 여자 주인공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아가씨로 불리는 강혜나(윤은혜)는 오만불손 방자는 하늘을 찌른다. 어쩌면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보다 저 물 건너 있는 힐튼가의 패리스 힐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 까칠한 성격, 자신 이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오만함 등이 그렇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남자 서동찬(윤상현)은 엄마의 병원비로 인한 빚을 갚기 위해 제비족 노릇을 하기도 했고, 현재는 꽃집 배달, 전단지 알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강혜나와 접촉사고로 인연을 맺게 된다. 접촉사고가 난 서동찬은 그녀의 건방짐에 화가 났고, 결국 합의를 해주지 않았다. 그 결과 강혜나는 집행유예와 사회봉사시간이라는 명령을 받고 억지로 120시간을 채웠다.
여기에 화가 난 강혜나는 서동찬을 찾아 골탕을 먹이고, 다시 서동찬은 그녀에게 갚아주기 위해 집을 찾아가 강혜나의 할아버지(이정길)와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서동찬은 강혜나의 집사로 취직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1회 스토리였다. 강혜나와 서동찬의 캐릭터와 상황이 대비적으로 묘사됐으며, 우연한 기회에 마주친 두 사람은 원수지간처럼 으르렁 댄다.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공식을 한 치도 거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시청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물론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도 많지만 식상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교통사고, 납치 등과 같은 억지스러운 우연한 만남과 설정의 반복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밖에는 강혜나의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문제는 캐릭터 또한 신선하지 않다는 점이다. 윤은혜가 분한 강혜나는 패리스 힐튼을 떠올리지만 로맨틱 코미디에 으레 등장했던 수많은 캐릭터 중의 하나일 뿐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서동찬은 '남자 캔디'라고 보면 된다.
윤은혜, 대체 연기는 왜 그런거야?
여기에 가장 큰 문제점은 단독 주연이라고 할 만큼 비중 있는 역이 강혜나라는 인물인데, 그녀를 연기하는 윤은혜의 연기력이다. 논란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너무할 정도로 그녀는 강혜나의 역을 50%도 소화하지 못했다.
화려한 의상, 헤어스타일, 도도한 걸음걸이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내뱉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국어책을 읽거나 발음이 좋지 않아 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 정도였다. 또한 도도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일까, 한 가지 표정만을 방송 60분 동안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표정 연기 자체도 어색했다.
그녀의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역을 소화하면서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그때보다 퇴보해 그녀가 처음 연기했던 <궁>을 보는 듯했다. 어쩌면 1회만으로 '미스 캐스팅'이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그녀의 캐릭터는 인기작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강혜나를 연기한 윤은혜는 한예슬의 코믹하지만 도도한 말투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물론 한예슬 또한 대단한 연기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안나 조 만큼은 제 옷을 입은 듯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특히 강혜나의 극중 대사는 안나 조의 대사를 연상케 한다. 강혜나는 극중에서 "멍청한 것들", "천한 것들"을 입에 달고 사는 안하무인 캐릭터인데, <환상의 커플>에서 안나 조 또한 "꼬라지 하고는..."이라는 오만방자한 말투를 선보였기에 더욱더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면에서 일단 윤은혜 연기는 한예슬의 연기와 확실한 차별화를 두지 못했고, 초반 캐릭터를 잡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1회 방송이기 때문에 극이 진행되면서 서서히 캐릭터에 녹아들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그녀가 보여주었던 전작 <커피프린스 1호점>의 연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로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캐릭터도 크게 매력적인 요소가 없다. 물론 남자 캔디로 분한 윤상현은 언뜻 <내조의 여왕>에서의 태봉이 모습과 흡사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자체만은 식상하다. 더불어 서동찬을 좋아하는 여의주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문채원이 <찬란한 유산>과는 180도 다른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며 비교적 윤은혜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지만 그다지 인상 깊은 캐릭터는 아니다.
물론 앞으로 충분한 가능성은 있다 1회 밖에 방송에 나가지 않았고,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지게 되면 <아가씨를 부탁해>의 매력이 발산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일까, 1회만 놓고 볼 때 <아가씨를 부탁해>는 분명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로맨틱 코미디와 윤은혜, 윤상현, 정일우의 인기만을 믿고 정작 중요한 스토리, 캐릭터, 연기자들의 연기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만은 분명하다.
2009.08.20 11:11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아가씨를 부탁해>를 보면서 점점 더 그리워지는 나상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