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동 성균관대 교수(전 청와대 경제수석)
오마이뉴스 권우성
- DJ 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큰 과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조기 극복이었다. 대선 전후 상황도 매우 급박했다고 했는데, 어땠나."97년 대선 직전인 12월초(3일)에 IMF와 구제금융 합의가 있었다. 이같은 합의 직전에 IMF 쪽에서 비공개리에 당시 이회창, 김대중, 이인제 3명의 대선후보에게 'IMF 협정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했다. 김대중 후보 캠프 쪽에서 일단 조건부 승인 쪽의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수구언론을 중심으로 왜곡보도가 나왔다. '김대중 후보 때문에 IMF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고, 국가부도가 우려된다'는 식으로..."
- 당시 김대중 후보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나."물론이다. 김 전 대통령은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조건부 승인 등을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수구언론 쪽에서 확대해서 왜곡해서 쓰니까, 후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에 후보자가 직접 나서 당선이 되더라도 IMF와의 협약은 충실히 지켜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면서 진정됐다."
김 교수는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IMF 자금이 일부 들어왔는데도, 외환보유액이 하루이틀 정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선자가 정말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만나면서 뛰어 다니셨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IMF자금 말고도, 미국 등 국제 금융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보내야 했어요. 일부 국제 채권은행 사이에 '김 당선자가 좌파적 인사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었죠. 물론 이는 국내 수구언론의 '색깔론' 등 왜곡보도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이런 의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데이비드 립턴 재무부 차관보를 직접 만났죠. 대통령 당선자와 '차관보'는 격에 맞지 않았지만, 대통령께선 자신의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말했어요."미국은 이후 97년 12월24일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결정했고, 국제은행들의 태도 역시 변했다. 이후 금융기관의 단기 외채에 대한 만기연장이 이뤄지면서 가까스로 국가부도의 위기를 넘어서게 됐다.
그는 "DJ에 대한 과거 집권세력의 색깔론과 국내 수구언론의 왜곡보도가 경제위기를 더욱 증폭시켰다"면서 "이들의 잘못된 정치적인 행동이 자칫 국가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로 경제 발전도 어려워"- 국민의 정부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했는데, 당시 직책을 맡으면서 DJ로부터 어떤 이야기 들었나."외환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대통령에) 취임 전에 (경제)수석으로 내정되면서부터, 이후 여러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 교수께선 주로 어떤 말씀을 드렸나."위기 때는 경제 구조개혁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위기)극복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구조개혁을 좀 더 철저히 하자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될 경우 (외환위기 극복까지) 3년은 소요될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김 전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나서 '금 모으기' 등을 하고 있으니, 가능하면 2년 안에 구조개혁과 함께, (IMF도) 졸업도 하자고 말씀하셨다. 결국 98년 여름에 금융부문에선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선언했다. 좁은 의미로 보면, 1년 반만에 IMF를 졸업한 셈이 됐다."
그는 또 청와대 비서관 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공직자의 청렴성 등을 유독 강조했다면서, 대통령으로부터 전해들은 어릴적 시골에서 엿을 훔쳤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교수의 말이다.
"99년 1월께, 대통령 생일을 전후로 청와대 관저에서 수석비서관 등 10명쯤 식사를 함께 했었어요. 그때 대통령께서 자신이 초등학교 1, 2년 때 이야기를 하셨어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늦은 봄에 엿장수가 술에 취해 길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거예요. 친구들이 몰래 엿을 훔쳤고, 대통령 자신도 어머님 드리려고 엿 한 가락을 훔쳤는데. 어머니에게서 엄청나게 야단을 맞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어머니께서 자신을 데리고 엿장수한테 가서. 엿장수도 야단을 쳤다는 겁니다. 그렇게 장사해서 어떻게 가족을 먹여살리겠느냐고..."1시간여 가까이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레 다시 현재로 되돌아왔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고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김 교수 역시 그동안 '미네르바 사태'를 비롯해 금융위기 상황에 대한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해 왔었다. 그에게 김 전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현재의 상황에 대한 심경을 물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화시대의 문을 열었지요. 주권자인 국민에게 올바르고,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고,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지요. 하지만 현 정부들어 미네르바 문제를 비롯해, 용산참사나 서울광장 봉쇄, 언론악법 날치기 통과 등을 보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고 봅니다."담담한 어조의 그의 어투는 어느새 올라가 있었다. 답답하다는 듯 김 교수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제3의 금융위기 상황이에요. 1차 97년 외환위기와 신용카드발 금융위기에 이어...이것을 헤쳐 나가려면 제대로된 처방을 내려야 하는데 눈과 입과 귀가 막혀 있어요. 대신 4대강 사업 등 잘못된 처방엔 입만 열려 있는 게 아니라 나팔까지 달려 있지요. 이같은 정보시장의 왜곡 아래에선 민주주의 후퇴뿐 아니라, 경제도 제대로 발전할 수가 없지요. 이를 행동하는 양심들이 바꿔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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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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