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계도시축전 전면 재조정해야"

시민단체, "도시축전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

등록 2009.08.24 18:16수정 2009.08.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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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중순 신종인플루엔자 A(신종플루) 감염환자 사망사고 이후 인천에서도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부평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하는가 하면 중구 A고등학교에서는 학생 2명이 20일 신종플루 확정환자로 판정됐고 3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다. 이에 인천시교육청은 해당학교에 대해 8월 27일까지 임시 휴교 조치를 결정했다.

 

문제는 10~20대에서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70%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이번 주 대부분 개학을 했고, 대학교의 경우 9월로 예정돼 있어 비상사태나 다름없다. 이러한 가운데 인천의 초중고 학생 22만5000여명이 도시축전을 관람하게 돼 있어 신종플루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봉책으로는 확산 막을 길 없어"

 

인천세계도시축전은 지난 7일 개막해 오는 10월 25까지 열리는 대규모 행사로 학생들의 단체관람은 물론 국내외 관광객의 관람도 예정돼 있다. 때문에 보건당국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인천시는 질병관리본부와 행사 개최에 따른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으나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신종플루 감염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20일 시 ․ 도 ․ 행정부시장 ․ 부지사 회의를 열어 9~10월 열리는 대규모 행사들을 '축소 또는 연기하거나 취소할 것'을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요청했다.

 

또한 2천명 이상 모이는 실내행사와 국제 행사는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개최 전 예방대책을 확실하게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행사장 내 (신종플루)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의 대책을 세우고 행사 중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행사일정을 변경하거나 중단할 것을 함께 권고했다

이렇듯 정부조차 신종플루 관련해 행사 축소, 연기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나서자 인천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도시축전도 행사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에서도 신종플루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현실로 나타난 만큼 시민들의 건강권을 우선해 도시축전 행사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 장금석 사무처장은 "현재 인천세계도시축전이 한창이다. 그러나 준비부족과 계속된 폭우로 인해 입장객 수는 인천시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50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더구나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진행요원과 중복 입장객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가운데 신종플루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행사 초반인 만큼 도시축전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신종플루가 도시축전에 미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쉬쉬하고 숨기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인천시는 도시축전 시작과 함께 신종플루 환자 조기발견을 위해 발열 감지카메라를 설치하고 병상수를 늘리는 등의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신종플루의 경우 잠복기에는 발열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감지가 안 되는 허점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장금석 사무처장은 "시가 행사장 입구에 신종플루 현장상황실을 운영하고 행사장 안에 손세척기와 발열 감시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하고 외국인 전용 출입구와 신종플루 격리시설 운영하는 것 등은 사실상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의 건강권을 담보로 행사를 치러서는 안 된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행사 계획을 수정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에 보건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있다"고 비판했다.

  

타 지자체 행사 취소... '타산지석'

 

신종플루 관련 인천시의 대응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해도 안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도는 지난 12일 열린 제주국제관악제에서 참가자 26명이 신종플루 감염자로 밝혀지자 마지막 날 공연을 취소하고 조기에 행사를 마쳤다.

 

충주시는 9월 23~27일로 예정되었던 제12회 충주 세계무술축제를 참가국 대부분이 신종플루 환자가 발생한 지역인데다 참가자들이 합숙생활을 해야 하기에 신종플루 감염이 우려된다고 판단해 행사 자체를 취소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경기평화마라톤대회, G-fair(경기우수상품박람회), 경기기능성 게임페스티벌 등의 계획을 수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아직까지 두 달이 넘게 남은 도시축전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인플루엔자는 차갑고 건조한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9월이 되면 더 증가하기 시작해 10월 ~ 11월에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보건 당국도 올 가을 '신종플루 대유행'을 예고한 뒤 대책마련에 들어간 상태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2학기 들어 450여개 학교 25만 여명의 학생들을 체험학습 등을 명목으로 인천도시축전에 방문시킬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인천광역시교육위원회 노현경 부의장은 "시기적으로 이 시기는 학생들이 개학을 한 후 도시축전에 단체 관람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때다.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시축전 행사를 수정하는 것 못지않게 학생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입장 자체를 수정해야 한다. 10대 감염 위험이 더 높다고 밝혀진 만큼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이 참가하게 되면 인천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실 도시축전은 개최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당초 도시엑스포라고 했다가 국제박람회기구로부터 명칭 사용을 불허 받으며 시작된 논란은 준비부족과 콘덴츠의 문제로 더욱 커져갔다. 급기야 최근에는 토목공화국 개발광역시 공사판 현장을 보여주는 '개발축전'이라는 비아냥과 함께 안상수 시장의 연임을 위해 추진된 무리한 행사라는 지적이 공감대를 얻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장금석 사무처장은 "엄청난 예산이 들어간 국제행사일 뿐 아니라 인천시의 대외적 이미지가 걸려 있는 행사라는 점에서 인천시민들은 논란 속에서도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랬다"며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인천시민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시민들에게 감염 진행 상황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리고 즉각 인천세계도시축전 행사를 축소하고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경제적 가치보다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바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인천시가 이처럼 간절한 바람마저 저버린다면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적극 알려나갈 것이다. 만일 안상수 인천시장이 3선을 준비하고 있다면 인천시민의 건강권을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2009.08.24 18:16ⓒ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신종플루 #인천세계도시축전 #인천시 #안상수 인천시장 #인천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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