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소설<도가니>의 본질, 권력의 치부에 경종

이명박 정권, 국민과 진정성 있는 소통 위해 노력해야

등록 2009.08.27 11:08수정 2009.08.2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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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언론악법 폐기 지난 21일 서울광장 고 김대중 전대통령 분향소에 여고생으로 보이 학생들이 주변을 도면 언론악법 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언론악법 폐기 지난 21일 서울광장 고 김대중 전대통령 분향소에 여고생으로 보이 학생들이 주변을 도면 언론악법 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김철관

▲ 언론악법 폐기 지난 21일 서울광장 고 김대중 전대통령 분향소에 여고생으로 보이 학생들이 주변을 도면 언론악법 폐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김철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국민과의 소통의 문제가 끝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 2일 광우병 쇠고기 촛불정국에서도, 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에서도, 미디어법 일방 ․부정처리 정국에서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정국에서도, 소통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들을 공권력이라는 미명하에 경찰력을 동원해 잠재우려 했다.

 

급기야 이 정권이 들어서서 자의든 타의든 두 전직 대통령까지 서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날을 세우면서 주장해온 잃어버린 10년의 주인공들이 세상을 등진 것이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의 지나친 압박을 견디다 못해 집 뒷동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졌고, 얼마 전까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지난 1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서거했다.

 

 이쯤해서 이명박 정권의 국민과의 소통부재를 지적할까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서거직전까지 '화합과 통합'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화합과 통합은 국민과 소통을 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고인의 유지가 된 국민의 화합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주체는 누가 뭐라도 해도 권력을 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있다. 고인은 권력에게 더 무게를 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정부는 말로만 '화합과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전의 행태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바로 당시만 모면하면 된다는 권력의 속성이라고 할까. 조문정국이 끝났고 곧바로 선거구 개편이 지역화합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떠들어 된다. 사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을 강행했거나 강행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고, 거두는 노력을 해야 한다. 미디어법 강행처리가 그렇고 , 4대강 개발이 그렇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이런 잘못을 그냥 놔두고 이제부터 고 김 전 대통령의 유지인 화합과 통합을 실천해 가자는 사고는 어불성설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용산 참사, 미디어법 등 권력 때문에 상처를 받은 국민들이 엄존해 있다. 이것을  그대로 놔두고 이제부터 화합과 통합을 외친다고 화합과 통합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a 용산참사 철거민 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해 7개 월째 장례를 치루지 못한 고인들의 장례와 검찰수사 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용산참사 철거민 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해 7개 월째 장례를 치루지 못한 고인들의 장례와 검찰수사 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 김철관

▲ 용산참사 철거민 지난 1월 발생한 용산 철거민 참사 관련해 7개 월째 장례를 치루지 못한 고인들의 장례와 검찰수사 기록을 요구하고 있다. ⓒ 김철관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거대 여당이 야당을 압박하며, 선거구 개편 등 정치개혁 협상을 하자고 떠들어 된다. 일주일간의 형식에 매여 있는 고인의 국장 조문정국이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 아픔이 가시지 않고 남아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황당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좀 더 시간을 갖고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데도 대통령의 말 한 마디가 거대여당을 움직이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에 거대여당인 한나라당이 선거구 개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태세이다. 그렇게 국민들이 일방소통은 안된다고 하는데도 대통령의 명령 형식의 일방소통이 정치의 아젠다가 돼 가고 있는 느낌이다. 참 아쉽다.

 

지난 6월 출간한 공지영의 장편소설 <도가니>가 새삼 생각난다. 말 못하는 장애인이 모여 사는 농아학교에 농아들이 교장, 행정실장, 교사 등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한다. 새로 부임한 기간제 교사와 인권운동단체들이 이를 언론에 폭로하고, 법정 문제로까지 비화시키지만 학연, 혈연, 지연 등 얽히고설킨 지역사회 기득권세력들의 상호보험적 관계 때문에 좌절하고 만다. 기득권세력을 동원한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의 치부들이 감추어지고 진실은 질식돼 간다.

 

바로 농아학교는 하나의 정부나 거대여당 등 권력 구조의 축소판인 것이다. 이 사회에 최대 빈자이며 약자인 말 못하는 어린 아이들이 권력을 가진 교장, 행정실장 등에게 여러 차례 성폭력을 당해 외음부가 심한 상처가 난다. 그러나 그들을 보호해주는 기득권세력이 연결돼 있기에 그들은 변호된다. 약자가 보호돼야 하는 것이 상식인데도 강자가 보호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a 공지영의 <도가니> <도가니>는 농아학교를 통해 권력의 치부를 조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공지영의 <도가니> <도가니>는 농아학교를 통해 권력의 치부를 조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 창비

▲ 공지영의 <도가니> <도가니>는 농아학교를 통해 권력의 치부를 조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 창비

 교장과 행정실장은 이 사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축소판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온갖 잘못을 저질러도 지연, 학연, 혈연, 공권력 등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거나 죄를 축소하려는 그런 속성이 있다. 공지영 소설 <도가니>에서는 하나의 농아학교 권력자인 교장과 행정실장을 통해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기득권자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상호보험적으로 연결돼 있는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약자들의 진실이 강자들의 거짓으로 은폐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광우병 쇠고기, 미디어법, 4대강 개발, 용산 철거민 참사, 비정규직 등의 진실들이 권력과 그를 도운 보수언론들의 힘 앞에 무기력하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진정한 화합과 통합은 힘 있는자, 권력만을 위한 일방 소통으로는 절대 안 된다. 국민들과 진실을 가리기 위한 쌍방향 소통이 전제돼야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지인 국민의 '화합과 통합'이 이뤄질 것이다.

#공지영 도가니 #권력의 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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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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