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상품은 대박인데, 회사는 폐업 위기?

피해사 "수수료 일방적 변경으로 피해"... 농수산홈쇼핑 "책임 전가"

등록 2009.09.02 22:36수정 2009.09.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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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상품을 팔던 한 중소기업이 농수산홈쇼핑의 갑작스러운 계약 변경으로 인해 8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고 폐업 위기에 놓였다.

공기정화식물로 유명한 산세베리아 등 관상용 식물을 국내 5대 홈쇼핑에 팔아온 A사는 "2006년 10월부터 방송을 한 농수산홈쇼핑에서 방송 며칠 전 갑자기 수수료를 당초 협의한 수준(31%)에서 방송광고비를 포함해 43% 수준으로 올려 큰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한 A사는 "독점 계약 조항 탓에 10개월간 농수산홈쇼핑에서 방송을 해야 했고, 이후 농수산홈쇼핑과의 분쟁 사실이 홈쇼핑 업계에 퍼져 거래가 모두 끊겼다"며 "폐업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반면, 농수산홈쇼핑은 "A사가 자신들의 경영 실패를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구두협의과정에서 나온 수수료가 상품선정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된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수수료 변경... "손해 알면서도 계약할 수밖에"

2003년 8월 설립된 A사는 유통단계를 과감히 축소해 가격을 낮춰 판매한 웰빙식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5대 홈쇼핑에 진출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3년 3억9500만 원이던 매출은 2005년 47억9400만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A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박아무개 이사는 "한 명의 농민에서 중소기업이 될 정도로 큰 성공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9월 A사의 박 이사는 농수산홈쇼핑 영업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수료(홈쇼핑의 마진율)를 31%로 해줄 테니, 농수산홈쇼핑 독점 방송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박 이사는 "홈쇼핑 업계 평균 수수료가 평균 35%인 점을 감안하면 좋은 조건이었고, 여러 차례 방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표 매출도 높지 않아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송을 4일(회사 쪽 주장은 10일) 앞둔 10월 중순 농수산홈쇼핑에서 A사에 수수료가 변경됐다고 알려왔다. 30%의 수수료와 방송광고비를 달라는 것. 이와 관련해, 박 이사가 상품기획자(MD)인 이아무개 과장과의 대화를 녹취한 자료에는 이 과장이 "최고 결정자가 정율(수수료 31%)로 올린 것을 (수수료 30%와 방송광고비를 포함하는) 정액으로 틀었어요"라고 말한 사실이 나와 있다.

박 이사는 "10월 1일과 3일 잡혀있던 다른 홈쇼핑 방송을 끊고 남은 1억5천만 원 어치의 재고를 농수산홈쇼핑에 공급하기로 한 상황에서 농수산홈쇼핑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박아무개 팀장이 '2회 방송 후 처음 협의했던 수수료로 바꿔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10월 방송 이후에도 수수료는 변경되지 않았다. 또한 농수산홈쇼핑에 대한 독점 공급 계약을 위반할 경우, 판매실적이 가장 많은 달의 판매실적 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내야 하는 조항 탓에 다른 홈쇼핑으로 옮길 수 없었다.

A사는 이후 방송에서 2억5144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월 평균 판매금액을 기록했지만, 높은 수수료 탓에 적자가 쌓였다. 이 과정에서 농수산홈쇼핑에서는 A사에 허브식물을 판매하는 B사의 생산·배송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해왔다. 박 이사는 "경쟁업체를 도우라는 말도 안 되는 부탁이었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B사의 방송 실패로 손해를 봤다"고 전했다.

결국 A사는 2007년 11월 계약을 종료했다. 농수산홈쇼핑과 거래한 1년여 간 모두 28억4200만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7억 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기록했다. 방송판매액의 43%가 농수산홈쇼핑에 돌아갔다. 이는 다른 홈쇼핑 수수료(평균 35%)에 비해 8%포인트 높고, 당초 협의한 수수료(31%)보다 12%포인트나 상회하는 것으로 그 차액만 3억4769만 원이다. A사는 2007년 10월 농수산홈쇼핑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제소했다.

매출 2006년 32억 → 2009년(1~8월) 4억... 폐업 위기

a  홈쇼핑 업계에서 퇴출당한 A사의 농원은 폐허가 됐다.

홈쇼핑 업계에서 퇴출당한 A사의 농원은 폐허가 됐다. ⓒ 선대식


이후 상황은 더 꼬였다. 2008년 6월 농수산홈쇼핑 쪽에서 수수료 조정·방송시간 보장 등을 약속해 A사는 제소를 취하했지만, 실제 방송은 새벽에 편성돼 매출이 1/10로 줄었다. A사가 2008년 11월 농수산홈쇼핑을 다시 공정위에 제소했지만, 2009년 7월 공정위는 독점 계약에 대해서 경고 처리를 하는 데 그쳤고, 수수료 변경에 대해서는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

현재 A사는 폐업 위기에 처했다. 한때 배송 준비를 하느라 새벽까지 직원들로 북적였던 비닐하우스는 사람의 발길이 끊어져 사실상 폐허가 됐다. 박 이사는 "농수산홈쇼핑과의 거래에서 수수료 변경 등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8억7756만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2006년 매출이 32억1400만 원, 순이익이 1억 원이었지만 농수산홈쇼핑과의 분쟁으로 홈쇼핑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2009년에는 1~8월 동안 매출 4억 원에 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채로 끌어와 갚지 못한 빚만 10억 원 정도다.

박 이사는 "'농수산홈쇼핑에 사기를 당했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처음부터 31%의 수수료를 준다고 하지 않았다면 농수산홈쇼핑과 거래 안했을 것"이라며 "다른 홈쇼핑과 계약 다 끊고, 제품을 다 준비해 놓았는데 수수료를 갑자기 바꿔 큰 손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독점 계약 조항과 수수료를 바꿔준다는 농수산홈쇼핑의 거짓말에 의해 손해를 보면서 10개월 방송했다"며 "또한 농수산홈쇼핑은 중소기업의 사정을 이용해 결제대금을 유보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8개월 간의 직권조사에도 농수산홈쇼핑의 계약 변경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한 공정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했다. 그는 "다른 홈쇼핑에서는 절대 수수료를 바꾸지 않는다"며 "농수산홈쇼핑이 공정거래를 했다면, 방송한 후 우리 회사가 왜 망했겠느냐"고 따졌다.

실제 다른 홈쇼핑업체에서는 수수료를 바꾸는 경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홈쇼핑 관계자는 "구두로 수수료를 정한 후, 나중에 계약할 때 바꾼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농수산홈쇼핑 "A사가 사업실패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a  농수산홈쇼핑은 "A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수산홈쇼핑은 "A가 경영실패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농수산홈쇼핑

반면, 농수산홈쇼핑은 "A사와의 분쟁은 이미 공정위에서 무혐의 처리를 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A사가 사업실패의 책임을 우리한테 떠넘기고 있다"며 강조했다.

농수산홈쇼핑 홍보팀 관계자는 수수료 변경과 관련해, "수수료는 구두협의 후 상품선정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우리와 계약한 A사가 이제 와서 갑자기 수수료가 바뀌어서 손해를 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독점 계약과 관련, "계약 위반 시 위약금 지급 조항이 있지만 상징적인 것일 뿐"이라며 "수수료를 바꿔주겠다거나 결제대금을 유보시키겠다고 한 적 없다, A사는 언제든지 우리 회사와 계약을 종료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A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 회사의 입장을 악용해, 언론사나 권력기관에 제보를 하면서 보상을 원하고 있다"며 "A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녹취자료와 관련해서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녹취한 것"이라며 "사적인 자리에서 얘기한 것을 두고 언론에서 보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농수산홈쇼핑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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