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와 예방수칙을 비치하고 있는 병원
김혜원
저처럼 신종플루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이 늘어나자 질병관리본부는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등의 예방법을 포함한 <국민 행동요령>을 발표하고 국민 스스로가 건강을 알아서 챙길 것을 당부 하고 있습니다.
백신이나 치료제, 조기검진 등에 대한 확실한 대책 없는 상태에서 오직 대책이라고는 "국민 스스로 알아서 조심하라"는 것 뿐 이니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잠잠했던 아버지의 기침이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감기라면 다행이겠지만 혹시나 해서 거점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검사는 가능하지만 십오만원 가량의 검사비를 부담해야 한답니다.
잠시 고민했지만 검사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검사비가 저렴하다면 한번쯤 받아 볼 수 있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받아보기엔 검사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지요. 검사비용이 부담되어 발길을 돌리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의사의 말에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신종플루 확산 방지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 조기진단 조차 고가의 검사비 때문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의사들 역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토로합니다.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건강권도 경제력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야 말로 '무전골골 유전백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발병초기 멕시코에서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멕시코의 경우 민영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의료비 부담이 어려운 빈곤층의 경우 조기진단과 치료가 거의 불가능했기 때문이지요.
아버지는 병원에 가신 김에 5만원을 내고 폐렴예방 주사를 맞으셨습니다. 의사는 폐렴백신은 다양한 폐렴 중 단지 폐렴구균에 의해 일어나는 폐렴만을 예방할 뿐이고 아버지 처럼 폐렴 병력이 있으신 노약자나 특별히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맞아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웃돈까지 얹어주면서 예방주사를 맞겠다는 내원자들이 병원마다 줄을 서고 있어 폐렴백신 조차도 이제는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면서 신종플루의 공포가 만들어 낸 웃지 못 할 현상이라고까지 합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9월부터 인플루엔자 유행수준이 증가해 10~11월 중 그 정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우선 예방백신을 투여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접종의 정확한 시기가 언제인지 고위험군에 대한 지정기준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실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폐렴백신을 맞으러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녔다는 친구,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홍삼을 먹기 시작했다는 이웃, 신종플루 예방에 좋다는 수입산 비타민이 있으니 함께 구매하자는 아줌마들 등등.
정부가 든든한 대책을 내 놓치못하니 불필요한 지출까지 감수하며 민간요법수준의 예방에 희망을 걸고 있는 국민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저도 아줌마들과 함께 신종플루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비타민제와 면역증강제를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긴 하지만 가족의 건강을 위한 일이고 무엇보다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정부에 묻고 싶습니다. 민간요법에 기대지 않아도 될 든든한 대책은 정말 없는 건가요?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