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세제 감면이라는 정책수단을 동원해 자동차 내수시장을 끌어올렸다. 사진은 제7회 '2009 서울모터쇼'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2일 오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보도발표회 행사
유성호
국가는 역시 위대했다?1929년 대공황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던 세계 경제 붕괴 조짐이 멈추고 미약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가의 시장개입을 극히 꺼렸던 금융자본이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상실하자 앞 다투어 국가재정과 중앙은행을 끌어들였던 것이 경기회복의 가장 큰 배경이 되었다.
2007년에만 해도 G20 가운데 5개 나라가 재정 흑자를 유지했지만 2009년에는 모든 국가가 재정적자로 돌아설 만큼, 전 세계가 예외 없이 자국경제의 자유낙하를 막고자 나섰고, 5위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파산했던 1년 뒤인 2009년 3월을 저점으로 세계경제 추락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경제운용에 대한 국가의 막강한 역할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리먼 브라더스 파산을 향해 점입가경 국면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던 2008년 8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신자유주의 시장실패를 대신해서 국가가 경제 무대에 복귀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을 보며 일찍이 '국가의 귀환'을 예고했다(John Plender, "The return of the state", 2008.8.21). 한국에서도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앞장서 설파해 왔던 삼성경제연구소가 시장주의는 퇴조하고 '국가자본주의'가 대두되고 있다고 고백한 바가 있다(삼성경제연구소, "2009년 해외 10대 트렌드", 2009.1).
특히 OECD 국가 가운데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한국에서 국가의 역할이 경제회복을 이끄는 데 지대했다는 평가가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고에 의하면, G20의 상위 10개 국가 가운데 호주와 한국이 정부의 재정투입 효과가 가장 탁월했다는 분석도 있을 정도다(<매일경제> 2009.9.1).
실제로 한국경제는 2009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1퍼센트 성장했고, 2분기에는 다시 2.3퍼센트나 올라, 마이너스 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 나라들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 요인이 ▶ 환율 효과를 업은 수출대기업의 호조, ▶ 외국인 자금유입과 자산시장 호조, ▶ 꺾이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가계 부채의 확대 ▶ 정부의 조기 재정집행에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