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로 누더기가 된 장항읍 시가지읍배 전지역은 물론 외곽까지 사람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각종 공사로 도로가 파헤쳐져 있지만 안전을 위한 시설은 거의 전무하다.
임흥재
읍내 시가지는 물론 외곽도로까지 온통 파헤쳐진 장항읍은 흡사 전쟁 중에 포탄이 집중적으로 떨어진 전장을 방불케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정작 주민들은 도대체 어떤 사업이 왜 이렇게 한꺼번에 몰리면서 시행되는지를 거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막연히 땅을 파헤치는 현장을 보면서 지중화 사업을 시행 중이거니 짐작하거나, 설령 민자참여형 하수관거 정비사업 등을 알고 있는 주민들조차도 지금처럼 보행조차 어려운 교통방해와 안전을 무시하고 공사를 서둘러 시행했어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장항의 많은 주민들은 우회도로까지 막아 놓고 공사를 진행하는 통에 출근 시간에 늦는 것은 예사일 뿐 아니라 도로를 파헤친 후 제대로 복구하지 않아 생긴 웅덩이 등으로 야간에는 밖에 나갈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고 짜증 섞인 하소연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내 전지역에 산재한 미복구 공사현장으로 인하여 운동 중에 혹은 이륜차 운행시 사고를 당해 골절상을 입고 입원 중인 환자가 급증한 사실은 관내 병원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사로 인하여 이른 아침이고 늦은 저녁이고 심지어는 휴일의 휴식조차 빼앗긴 채, 최소한의 생활권마저 위협당하고 있는 신흥아파트 주민들은 소음과 비산먼지 때문에 더운 날씨에도 창문조차 열지 못하고 사는 불편과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들의 호소와 애원은 공사의 편의와 공기 단축에만 혈안이 된 시공업자, 감독관청 어디에서건 철저히 무시된다. 주민들 중의 많은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포크레인의 궤도음과 수 미터에 달하는 H빔을 박는 굉음에 두통과 정신적 불안 등 건강과 생명권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러 있다.
주민 김 아무개(여, 45세, 화천리 신흥아파트 거주)씨의 경우처럼 "제발 일요일 오전만이라도 공사를 자제해달라"며 집을 떠나 피난을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도로를 파헤친 후 제대로 복구하지 않고 방치한 공사현장에서 야간 운동 중에 넘어져 벌써 한 달째 깁스를 하고 반석의원에 입원 중인 조 아무개(남, 47세, 성주리 거주)는 "갑자기 도로가 푹 꺼져 정말 놀랐습니다. 넘어지면서 옆 사람을 잡지 못했다면 논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며 사고 당시의 아찔했던 상황을 얘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여러 번의 안전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여전히 주민 안전에 대한 납득할만한 조치를 강구하지 않은 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확인한 지난 7일의 공사 현장은 3미터가 넘는 웅덩이를 파 놓고도 출입을 막을 펜스 하나 제대로 치지 않고 야간에 방치하여 주민들을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주민 편의를 위해 시공하고 있는 공사가 주민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공사현장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