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은 이제 추억이 되어...

고즈넉한 山寺에 여름이 졸고 있다

등록 2009.09.10 14:39수정 2009.09.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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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다.

며칠 전 밤부터는 눅눅한 안방에 가끔 난방을 한다.

한낮엔 아직도 잔더위가 남아 있지만 계절은 어느덧 가을이다.

그토록 기세 좋던 여름도 이젠 긴 꼬리를 달고서 서서히 저물어 간다.

 

고즈넉한 山寺에도 마지막 여름이 아쉬운 듯 졸고 있다.

머잖아 그 뜨거움을 추억하면서 다시 올 여름을 길게 기다리겠지.

 

오후의 靜寂 숨결도 잦아 드는 오후
오후의 靜寂숨결도 잦아 드는 오후김진수
▲ 오후의 靜寂 숨결도 잦아 드는 오후 ⓒ 김진수

                                      古寺

                                                         조지훈

 

                      목어를 두드리다 졸음에 겨워

                      고오운 상좌 아이도 잠이 들었다.

 

                      부처님은 말이 없이 웃으시는데,

 

                      서역 만리길

                      눈부신 하늘 아래

 

                      노을이 진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바람소리, 물소리, 솔소리가 드나든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바람소리, 물소리, 솔소리가 드나든다.김진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바람소리, 물소리, 솔소리가 드나든다. ⓒ 김진수

해를 향하여 꽃처럼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마음의 태양 중)
해를 향하여꽃처럼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마음의 태양 중)김진수
▲ 해를 향하여 꽃처럼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라. (마음의 태양 중) ⓒ 김진수

잔치 뒤에 남을 것은. 잔치는 끝났더라. 난타하여 떨어지는 나의 종소리.
잔치 뒤에 남을 것은.잔치는 끝났더라. 난타하여 떨어지는 나의 종소리.김진수
▲ 잔치 뒤에 남을 것은. 잔치는 끝났더라. 난타하여 떨어지는 나의 종소리. ⓒ 김진수

엄마와 아들 ---
엄마와 아들---김진수
▲ 엄마와 아들 --- ⓒ 김진수

아들:  엄마! 난 어디서 왔어. 엄마 뱃속에서 나왔어?

 

엄마:  아니야, 넌 우주에서 왔어. 그래서 너의 속엔 우주가 있단다.

 

아들:  .......

 

아빠와 아들 ---
아빠와 아들---김진수
▲ 아빠와 아들 --- ⓒ 김진수

아들: 아빠 난 이 담에 커서 아빠같은 사람이 될래.

 

아빠: ? ........

 

형과 아우  ---
형과 아우 --- 김진수
▲ 형과 아우 --- ⓒ 김진수

아우: 형, 난 커서 아빠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 그런데, 아빠는 말씀을 안 하셔. 

 

형: 나도 어릴 때 너처럼 말했어. 그 때 아빠는 '그래? 한 번 같이 생각해보자구나.' 하셨   어.

 

형과 아우: .........

 

 뜨거운 햇살은 이렇게 나무를 살지게 하고.
뜨거운 햇살은 이렇게 나무를 살지게 하고.김진수
뜨거운 햇살은 이렇게 나무를 살지게 하고. ⓒ 김진수

평등 골고루 골고루 빠짐없이 파고 드는 햇살로 인해 나무는 평등을 배운다.
평등골고루 골고루 빠짐없이 파고 드는 햇살로 인해 나무는 평등을 배운다.김진수
▲ 평등 골고루 골고루 빠짐없이 파고 드는 햇살로 인해 나무는 평등을 배운다. ⓒ 김진수

정열 여름은 맘껏 정열을 불태우고.
정열여름은 맘껏 정열을 불태우고.김진수
▲ 정열 여름은 맘껏 정열을 불태우고. ⓒ 김진수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지만, 이미 벌개미취 일부는 지고 있다.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지만, 이미 벌개미취 일부는 지고 있다.김진수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지만, 이미 벌개미취 일부는 지고 있다. ⓒ 김진수

맥문동 흙빛과 햇빛을 닮아 보랏빛으로 변했을까?
맥문동흙빛과 햇빛을 닮아 보랏빛으로 변했을까? 김진수
▲ 맥문동 흙빛과 햇빛을 닮아 보랏빛으로 변했을까? ⓒ 김진수

 여름의 진한 이야기가 묻어 있는 원두막.
여름의 진한 이야기가 묻어 있는 원두막. 김진수
여름의 진한 이야기가 묻어 있는 원두막. ⓒ 김진수

햇살, 땀, 그늘 그리고 흔적.
햇살, 땀, 그늘그리고 흔적.김진수
▲ 햇살, 땀, 그늘 그리고 흔적. ⓒ 김진수

빈자리 솔바람 따라 잠자리가 한 바퀴 돌고 가면 햇살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빈자리솔바람 따라 잠자리가 한 바퀴 돌고 가면 햇살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김진수
▲ 빈자리 솔바람 따라 잠자리가 한 바퀴 돌고 가면 햇살도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 김진수

 그늘 속으로...하지만 햇볕 그리울 날 머잖았는데.
그늘 속으로...하지만 햇볕 그리울 날 머잖았는데.김진수
그늘 속으로...하지만 햇볕 그리울 날 머잖았는데. ⓒ 김진수

햇살 그림자 햇살이 고개를 숙인다. 원두막 밑바닥에도 따뜻한 열기를 전하며 다가올 여름을 기억하라고 속삭이며...
햇살 그림자햇살이 고개를 숙인다. 원두막 밑바닥에도 따뜻한 열기를 전하며 다가올 여름을 기억하라고 속삭이며...김진수
▲ 햇살 그림자 햇살이 고개를 숙인다. 원두막 밑바닥에도 따뜻한 열기를 전하며 다가올 여름을 기억하라고 속삭이며... ⓒ 김진수

원두막과 여인 ...
원두막과 여인...김진수
▲ 원두막과 여인 ... ⓒ 김진수

                          

                                  민들레꽃

                                                          조지훈

 

                         까닭없이 마음 외로울 때면

                         노오란 민들레 꽃 한 송이도

                         애처롭게 그리워지는데,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

                        그대 조용히 나를 찾아오느니.

 

                        사랑한다는 말 이 한 마디는

                        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

 

                        잊어버린다 못 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

                        이 얼마나한 위로이랴

                        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여름이 가고 있다.

2009.09.10 14:39ⓒ 2009 OhmyNews
#선암사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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