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6년, 정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은 11억 5000만 원이었다.
28년간 교수 생활을 했다는 점을 헤아린다면 많다고 할 수 없는 재산 규모다.
그런데 지난 9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뒤 정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그의 재산은 17억 9800만 원으로 대폭 늘어나 있었다.
3년 사이에 약 6억 5000만 원 정도 증가한 것. 증가율은 무려 56.5%에 이르렀다. 특히 현금자산인 예금액은 3억 4300만여 원이나 늘었다.
정 후보자에게 숨겨진 재테크 실력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숨겨놓은 수입원이 있었던 것일까?
3년 사이 56.5% 재산 증가... 예금은 284% 증가
정 후보자의 재산 증가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2006년과 2009년에 각각 신고한 예금액수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먼저 2006년 9월의 경우, 정 후보자는 1억6031만여 원, 부인인 최선주씨는 2652만여 원 등 총 1억 8684만여 원을 신고했다. 그런데 2009년 9월의 경우, 정 후보자는 4억 8539만 원, 최씨는 5021만여 원 등 총 5억 3060만여 원을 신고했다.
3년 사이에 예금액수가 3억 4375만여 원 늘어나 무려 284%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물론 정 후보자는 2007년과 2008년 인터넷서점 예스24의 고문을 맡아 각각 1250만 원과 5000만 원의 자문료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천만 원의 인세 수입도 있었다. 이런 상황을 헤아릴 때 2007년과 2008년 2년간에 걸쳐 총 1억 원을 전후한 추가수익이 발생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민주당 국무총리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종률 의원의 분석 결과, 3년 동안 얻은 정 후보자 부부의 소득은 2006년 9월부터 12월까지 2660여만 원, 2007년 1억1145만여 원, 2008년 1억8302만여 원, 2009년 1월부터 9월까지 9886만여 원 등 총 4억1995만여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3억 7220만여 원의 지출을 헤아리면 약 6억5000만 원의 재산 증가, 특히 3억4375만여 원의 예금 증가를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정 후보자 부부가 2007년과 2008년 2년간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이 2억 원을 넘는다는 대목에 이르면 그의 재산증가는 미스터리에 가까워 보인다.
3년간 4억2000만 원 벌어 3억7000만 원 지출
2007년의 경우 정 후보자와 부인 최씨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각각 6238만여 원과 3907만여 원이었다. 2008년에는 각각 7067만여 원과 4974만여 원이었다. 부부가 사용한 신용카드액이 2007년 1억146만여 원, 2008년 1억2041만여 원 등 총 2억2187만여 원에 이른 것.
서울대 급여, 인터넷서점 고문료, 인세 등 연 1억 원이 훌쩍 넘는 정 후보자의 수입을 헤아리더라도 과다한 신용카드 사용액이 아닐 수 없다.
김종률 의원은 2006년 9월 이후부터 2009년 9월까지 정 후보자 부부가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을 3억1459만여 원으로 추정했다.
김 의원의 추정에 따르면, 정 후보자 부부는 3년 사이에 약 4억2000만 원의 수익을 얻었던 반면,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3억7000여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약 6억 5000만 원에 이르는 재산 증가가 불가능한 일임을 보여준다.
김종률 의원은 "원천징수내역을 근거로 볼 때 3년 새 3억여 원이 훨씬 넘는 예금 증가는 다른 숨겨진 거액의 소득이 없었다면 불가능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정 후보자는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원천징수내역을 근거로 볼 때 전혀 예금할 여유가 없었는데 같은 시기 예금만 3억5000만 원 정도 증가했다"며 "원천징수내역에 비추어 정 후보자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같은 시기 거액의 인세, 강연료 등의 수입을 기타소득으로 신고하지 않고 누락시키는 방식으로 소득을 숨겨왔다"고 주장했다.
실제 관보를 확인한 결과, 정 후보자는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2년과 2006년 공직자재산등록내역에서도 인세 수입은 기재돼 있지 않았다.
민주당 "정 후보자 '다운계약서' 부동산거래로 수천만 원 세금 탈루"
한편 민주당은 15일 정 후보자가 매매가를 축소해 신고하는 방식(이른바 '다운계약서')으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자가 2006년 10월부터 살고 있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아파트를 매입할 당시 매매계약서를 이중으로 허위 작성해 취득세와 등록세 등 거액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
또한 민주당은 2003년 1월 매도한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아파트의 경우에도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정 후보자가 수천만 원의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의혹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2009.09.15 16:3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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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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