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대법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대법관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관한 의원질의를 들으며 입을 꽉 다물고 있다.
남소연
참여정부 시절에도 인사청문회가 있었다. 나라를 위해 일하면 좋을 것 같은 이들도 비슷한 문제들이 생겼을 때, 지금의 한나라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이 문제제기를 하고 칼날을 들이댔을 때 그들은 어찌하였는가? 국민에게 사과했을 뿐 아니라 사퇴를 했고, 국민도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때의 분노 혹은 섭섭함, 그 양반도 그랬구나 하는 실망감도 작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대놓고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고,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의 범법행위가 드러나고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이런 불량공천과 청문회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대에는 최소한 그런 범법행위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이젠 국민을 상대로 너희가 능력이 없어 위장전입도 못하고 세금탈루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최근 '4대강 정비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며, 자신의 선거공약에도 있었으니 반드시 지켜야겠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그 선거공약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에 대해서는 어떤 공약이 있었는가를 잊은 듯하다. 아니, 잊은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공약만 필수라 생각하고, 나머지는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같은 선거공약임에도 어떤 것은 필수과목이고 어떤 것은 표를 얻기 위한 헛공약이었다면 명백하게 국민들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선거공약이니까 국민이 다 찬성한 것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편다. 자신에게 표를 준 이들이라도 선거공약을 100%로 지지하는 것이 아닐진대,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들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밀어붙이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선거공약'이며 이를 지키는 것이 국민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 한다.
이러한 소통부재와 밀어붙이기 정국에서 고위공직자 후보들 역시도 밀어붙이기식으로 공천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분의 뜻에 따라 공천이 되고, 그러면 청와대 검증시스템에서 문제가 있음이 밝혀져도 그대로 밀어붙여야 하는 그런 현실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고서야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증단계에서 이미 그런 문제를 알았지만, 이 정도면 괜찮다"는 궤변을 늘어놓을 수 있는가?
당신들만 하지 말고 국민들도 해보자!고위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하여 법을 지키면 국민들도 자연스럽게 지킨다. 그러나 자신들은 지키지 않으면서 국민에게만 지키라 하면 저항이 따를 수밖에 없는 법이다. 범법행위를 저질러 놓고도 떳떳한 범죄자를 양산하지 말고 아예 이참에 당신들이 쓰고 있는 굴레를 벗어버리는 것은 어떠한가? 위장전입, 세금탈루를 위한 다운 계약서 작성 등을 합법화 시키면 당신들도 굴레를 벗고, 하고 싶어도 불법이라 감히 하지 못했던 국민들도 좀 더 자유를 만끽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 당신들만의 공화국이 아니다. 국민에게만 법질서를 강요하지 말라는 것이다. 범법자들이 버젓이 고위공직자가 되어 법을 집행하고, 국민의 혈세로 그들이 호의호식할 것 생각하니 아이들 말로 '왕짜증'이다.
국민들 짜증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정치를 잘하는 것임을 그대들은 아직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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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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