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백희영 후보자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무산'

야당·여성계 "자격 없다, 자진사퇴 해야"... 한나라당 "낙마할 하자는 아니다"

등록 2009.09.21 16:55수정 2009.09.21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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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부동산 투기·장남의 병역·논문 무임승차 등 '의혹 백화점'에다 전문성 논란까지 일었던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 목소리가 높다.

 

국회 여성위원회에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민주당이 "반대 의견이 담기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채택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공동 의견서를 내어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낙마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없다"며 백 후보자를 옹호했다.

 

국회 여성위, 보고서 채택 무산

 

여성위는 21일 오후 1시 30분 전체회의를 열어 백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앞서 오전 10시에 여야 간사가 만나 협의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신낙균 여성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도덕성 문제도 있지만 업무 전문성에서 너무 부적합하다는 입장이었다"며 "여야간 (보고서 채택) 합의가 안돼 오늘 상임위는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 보고서에 백 후보자가 여성부 장관으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에서 찬반 의견을 나란히 적자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은 백 후보자의 전문성에 심각한 흠이 있다는 판단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식품영양학과 교수 출신인 백 후보자가 건강·영양을 여성정책과 연결지어 포부를 밝힌 것을 두고 "국민 건강과 영양이 여성부 정책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던 게 한 예다. 혼인빙자간음죄, 간통죄, 군가산점 등 주요 여성 현안에 대해서도 그는 뚜렷한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

 

야당들 "여성부 장관으로서 소신·철학 부족... 자진사퇴해야"

 

여성위 민주당 간사인 김상희 의원은 "전문성, 소신, 철학, 도덕성 등 모든 측면에서 도저히 인정하기 힘든 후보자"라며 "대통령이 지명을 취소하든지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게 우리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백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앞으로 열릴 여성위 회의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김 의원은 '대통령이 백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할 경우 여성위 회의를 거부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백 후보자에 대해) 여성계에서도 굉장히 격분하고 있다. 대통령이 그런 일(회의 거부)까지 안 생기도록 잘 하시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역시 여성위원인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도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직무 적합성인데 백 후보자는 여성부 업무에 전혀 전문성이 없는 인물"이라며 "백 후보자는 섹스(생물학적 성별)는 여성일지 몰라도 젠더(사회적 성별)는 여성이 아니라는 판단이다"라고 꼬집었다.

 

여성계 "여성 현안에 대해서조차 입장 없어... 임명 반대"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국회 여성위 인사청문회장 앞에서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국회 여성위 인사청문회장 앞에서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남소연
일부 여성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국회 여성위 인사청문회장 앞에서 백희영 여성부장관 후보자 내정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 남소연

여성계의 반발도 거세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장애여성 공감 등 6개 여성단체는 이날 오전 백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들은 "백 후보자는 여성부 장관이 될 자격이 없다"며 백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이 대통령의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백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여성부 수장으로서 가져야 할 여성정책 전문성과 비전이 현저히 결여된 점이 드러났다"며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여성현안에조차 아무런 지식과 입장이 없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백 후보자는 가정학회와 영양학회 등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정책의 총괄·조정 능력이 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식품영양학 전문성을 갖고 아무런 연관도 없는 여성정책을 총괄·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총괄·조정 능력은 해당 분야에 있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자기 소신, 추진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무슨 소신과 철학으로 정부 각 부처에 여성정책을 권고하고 시행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낙마시킬 정도의 하자 없어"

 

반면, 한나라당은 "낙마시킬 정도의 의혹이나 하자는 없었다"며 감쌌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여성위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백 후보자에 대해 크게 문제되는 건 없는 것 같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여성위원인 한 의원은 "백 후보자에 대한 의혹 중 아들 병역 의혹이 컸는데 여성위에 비공개로 소명 자료를 제출해 해소가 됐다"고 말했다. 또 그는 "논문이나 부동산 문제도 우리가 보기에는 장관을 못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지명 못할 정도의 하자는 없다고 결론 지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위원도 "여성계에서는 여성운동가나 여성문제 전문가가 임명됐으면 좋았겠지만 임명자의 의도도 있는 것 아니냐"며 "이 정도 의혹으로 낙마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두둔했다.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니 임명되면 업무 파악을 빨리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2009.09.21 16:55ⓒ 2009 OhmyNews
#백희영 #여성부장관 #인사청문회 #여성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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