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는 건조대를 밖으로 내어 빨래를 말리는 곳이 많다. 한 집에 여러가구가 모여살다보니 지하방에 사는 사람들은 빨래를 내놓고 말려야 한다.
한미숙
올해로 7년째 문구점을 하는 이아무개(49,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씨는 다른 무엇보다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라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씨의 체감으로 집값은 2002년에 비해 3배가 올랐단다. 게다가 전세가격이 만만치 않은 상태로 집값을 단단하게 받쳐주고 있어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단다.
그는 오전 7시에 문을 열고 밤 11시에 셔터를 내린다. 6평 남짓한 공간에 각종 문구와 장난감 등이 빼곡하게 들어선 곳에서 그는 종일 반경 10미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200원짜리 지우개를 찾는 손님이 와도 달려와야 해요. 가끔씩 한꺼번에 아이들이 몰려올 때는... 손버릇 안 좋은 아이들이 있기도 해요."문구점은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초중고등학교가 가까워 목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워낙 부지런하고 성실한 그의 휴일은 언제일까?
"한 달에 한 번도 쉴까 말까 해요. 거의 쉬지 않는 거죠. 요즘엔 좀 쉬었어요. 벌초를 하거나 제사가 있을 땐 잠깐씩 문을 닫았다가 돌아와서 다시 열어요. 추석명절이요? 그때는 대목이에요. 아이들이 용돈을 받고 장난감 같은 걸 사러오니까요. 그래서 설 명절이나 성탄절 때는 제일 바쁘죠."49세 문구점 사장님, 16시간 일해도 내 집 마련은 요원휴학을 하고 군대에 간 큰애와 올해 수능을 보는 고3짜리 작은아이, 이렇게 두 남매를 둔 문구점 아저씨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교육비다.
"등록금이 제일 부담이죠. 작은애는 자기가 알아서 공부를 하긴 해도, 영어나 수학은 따로 사교육을 시켰어요. 올해 시험 보고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면 우리 집은 대학생이 둘인데, 예전에 이명박 대통령이 반값 등록금 공약할 때는 기대가 컸어요. 근데 지금 그 얘기는 아무도 안 하더라고요. 그저 4대강 살린다고 밀어붙이고 있는데, 그걸 어떡해요? 지금 그게 그렇게 급한 건지 먹고 살기 바빠서 잘 모르지만, 나중 생각하면 갑갑해요."우리 집에도 대학을 다니는 딸 아이가 있다. 얼마 전 정부는 대학생 '등록금후불제'라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마련해 발표했다. 당장 등록금이 급한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반갑기는 했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이게 약인지 독인지 헷갈린다.
등록금을 대출받아 공부하고 졸업했는데, 취업이 늦어지면 대출금의 이자는 그만큼 늘어나는 것 아닌가. 지금처럼 직장 잡기가 어려우면 취업은 늦어질 테고, 원금과 이자가 두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문구점 주변으로는 분식집과 떡집, 식당들이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다. 요즘엔 간판이 자주 바뀐다. 얼마 전엔 미용실 했던 자리에 과일 가게가 들어서기도 했다. 개업하던 날엔 가서 시루떡을 얻어먹었다. 개업기념으로 과일을 싸게 팔아서인지 그날은 손님이 꽤 있었다. 하지만 그 길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자꾸 손님 없는 과일가게를 보는 게 불편하다. 괜한 걱정이기를 바라지만 비교적 규모가 큰 할인마트가 코앞인데 굳이 과일만 사러 그곳에 가는 손님이 있을까 싶은 것이다.
"내년엔 대학생이 둘, 반값 등록금 기대 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