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이 속옷 사러 간 매장
임현철
"여자들끼리 갈 때가 있으니 남자들은 집에 있어요."
어제 저녁 식사 후, 아내는 뜬금없는 말을 던졌습니다. 딸아이도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자 아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잽'을 날렸습니다.
"어디 가는데 남자들만 집에 있으라 하죠? 불공평해요.""아들, 한 번만 봐줘. 그럴 일이 있으니까." 아내와 딸아이는 총총 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두어 시간 후, 손에 쇼핑 가방을 들고 돌아왔더군요. 내용물은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브래지어와 팬티였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들이 벌써 브래지어 해?""웬 속옷?""딸 가슴이 나와서 브래지어와 팬티 좀 샀어요. 친구들은 이미 하고 다닌대요." "초등학교 5학년들이 벌써 브래지어 해?""벌써라뇨? 큰 얘들은 1, 2, 3단계 중 3단계를 입는 아이도 있대요.""빠르긴 빠르네. 당신은 언제 처음 브래지어 했어?""나는 중학교 2학년 때. 지금은 많이 빨라졌죠?"
아내는 자신이 처음 브래지어 사러 갈 때 상황을 전했습니다.
"가슴이 나오는데 엄마한테 이야기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 겨우 돈을 타 속옷 가게에 갔는데, 너무 부끄러워 뭐라 말을 못하겠더라. 미적거리고 있는데 말을 시켜 겨우 샀다. 이런 옛날 생각이 나서 여자들끼리 속옷 사러 갔다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