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뚫기 위해 지붕을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다!

[아줌마 드라마 뒤깁기 96] 변종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매력 포인트

등록 2009.09.24 10:09수정 2009.09.2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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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병욱 표 가족시트콤의 <지붕뚫고 하이킥>!

김병욱 표 가족시트콤의 <지붕뚫고 하이킥>! ⓒ imbc

김병욱 표 가족시트콤의 <지붕뚫고 하이킥>! ⓒ imbc

<거침없이 하이킥>이 드디어 2시즌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돌아왔다. 이순재를 제외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바뀐 채 새로운 내용이 펼쳐지고 있지만 역시 김병욱 표 가족시트콤의 매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는 황혼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가족들의 좌충우돌의 일상을 담아 기존 <거침없이 하이킥>의 범주에서 한 단계 진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기존 <거침없이 하이킥>의 아류작으로 머물지 않기 위해 애를 쓴 노력이 역력히 드러나면서 10% 초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거침없이 하이킥>의 가족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같지만 어떻게 김병욱 감독이 새로운 모습으로 들고  왔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캐릭터 면에서는 기존 캐릭터와 겹치지 않지만 개성이 강하다는 점은 비슷하다.

 

a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다 못해 아역을 악역으로 내세워 찬반양론이 불거지고 있다.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다 못해 아역을 악역으로 내세워 찬반양론이 불거지고 있다. ⓒ imbc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개성이 강하다 못해 아역을 악역으로 내세워 찬반양론이 불거지고 있다. ⓒ imbc

개성 강한 캐릭터의 향연!

 

시트콤 특성상 캐릭터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에서 <거침없이 하이킥>과는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면면이 놓고 살펴본다면 그렇지 않다. 우선 이순재(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로 괴팍한 아버지였다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는 로맨스순재라고 할 만큼 애절한 로맨스를 펼친다. 또한 딸에게는 한없이 작은 아버지의 모습이다.

 

또한 식신이준하(정준하)가 딸 이현경(오현경)으로 바뀌었는데 극중 캐릭터는 정반대이다. 이준하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했고, 무능력하지만 이현경은 그렇지 않다.

 

당차고, 매사에 냉정하며, 집안에 실권을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점에는 며느리 박해미(박해미)와 비슷하지만 이현경은 남편에게는 으름장을 놓는다.

 

여기에 며느리 박해미는 똑부러진 성격이었던 것에 반해 정보석(정보석)은 무능하진 않지만 장인과 부인의 목소리에 기죽어 사는 남편의 역할이다. 여기에 이현경과 정보석의 자식을 놓고 보자면 정준혁(윤시윤)은 공부를 못한다는 점에서 이일우(정일우)와 비슷하지만 일진이거나 그렇지 않다. 또한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어 의리에 죽고사는 의리파다.

 

그리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해리(진지희 분). 자기가 좋아하는 갈비를 먹은 신애의 뺨을 거침없이 올려붙이는 악마적인 근성이 있는 당돌한 아이이다. 이 캐릭터는 사실상 미달이(김성은)를 떠올리는데, 그러한 식탐에서 벗어난 악녀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성장한다는 점에서 요지의 인물이다.

 

또한 이순재의 아들 이지훈은 의사로 자기만의 세상이 뚜렷하고 확고한 인물로 의외의 신선함을 가져다주는 인물이다. 이밖에 등장인물 모두 개성이 강하다. 순재의 로맨스 상대 교감선생님 김자옥(김자옥)은 나이에 비해 순순함을 유지하고 사는 내숭과로 등장하고 그의 하수생들 또한 황정음(황정음)을 비롯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지닌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특히 시트콤에서 신파를 담당하고 있는 식모살이를 하는 신세경(신세경)과 신신애(신애)의 캐릭터도 볼만 하다.

 

a  황혼로맨스부터 신파까지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시트콤에 도전하고 있다.

황혼로맨스부터 신파까지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시트콤에 도전하고 있다. ⓒ imbc

황혼로맨스부터 신파까지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색다른 시트콤에 도전하고 있다. ⓒ imbc

시트콤+ 드라마의 교집합!

 

이와 함께 <지붕뚫고 하이킥>만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황혼 로맨스를 본격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잠깐 순재의 로맨스 이야기를 다룬 적은 있지만 홀로 남은 노인의 사랑을 전면에 내세운 시트콤은 없었다는 점에서 새롭다. 아니, 젊은이들의 사랑만 이야기가 일색인 요즘에 칭찬할 만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순재와 자옥의 로맨스는 젊은이들 못지않게 아기자기하다. 나이를 잊은 채 달콤한 연애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영락없는 연인사이이다. 특히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잠시 헤어지기로 한 두 사람의 절절한 심정이 노래와 함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며, 이별 뒤에 가슴앓이를 하는 순재의 모습은 감동까지 선사한다.

 

특히 결사반대를 부르짖던 현경의 마음까지도 일단 지켜보자는 심정을 뒤바꾼 열정의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편견에 대항하는 불굴의 투지와도 같다. 으레 노인하면 그 나이에 무슨 사랑이냐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에 말이다.

 

여기에 신파극을 삽입해 시트콤에 웃음과 눈물을 절묘하게 교집합을 해놓았다. 그래서 기대 이상을 한 시청자들은 간혹 "너무 시트콤이 평이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지만 시트콤 장르에 대한 편견에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있는 셈이다.

 

신세경과 신신애가 극중에서 신파극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강원도 산골에서 문명과 동떨어진 채 살아온 자매가 순재 집의 식모로 들어가면서 사실상 이야기가 시작되는 만큼 <지붕뚫고 하이킥>은 이 신파를 주요 줄거리고 삼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불쌍하디 불쌍한 두 자매는 감동과 웃음을 동시에 준다. 신세경은 중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아르바이트에 떨어지고 붙어도 문명의 이기를 사용할 줄 몰라 매번 해고를 당한다. 신세경이 눈물을 담당한다면 동생 신애는 웃음을 담당한다. 길을 잃은 신애는 울면서 언니를 찾아 헤매면서도 누군가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 먹고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도 받아먹으며 웃음을 자아낸다. 극단적인 가난의 모습이지만 여기에 웃음이 있고, 눈물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변종 시트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낯선 시청자들로서는 실망하는 이도 있지만 드라마의 구조와 스토리를 띠고 있어 몰입도 면에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시트콤은 캐릭터에 의존이 많아 캐릭터가 자리 잡기 전까지 지루하다. 하지만 일단 <지붕뚫고 하이킥>은 그렇지가 않다.

 

이야기의 일상성과 다양한 스토리 전개!

 

특히 이러한 이야기가 모두 우리 주변에 볼 수 있는 일상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감도 면에서도 높다. 우선 황혼재혼이 유행인 요즘, 노인들의 로맨스도 그렇고, 남편부터 자식의 뒷바라지에 점점 남성다워지는 현경의 모습에서 우리같은 아줌마들은 맞장구를 치며 그녀를 향해 응원할 것이다.

 

여기에 경기가 침체인 요즘 빚쟁이에 쫓겨 두메산골에 들어간 극단적인 가난에 처한 두 자매를 보면서도 우리는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일상적인 이야기는 시트콤에서 자유자재로 빛을 발한다.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일상적인 이야기는 30분 동안 하나의 이야기로 점철되지 않고 절묘한 조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버무려 낸다.

 

가령 순재네의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현경과 자옥이 선생님으로 있는 학교의 이야기, 순재와 자옥의 러브스토리, 자옥의 하숙집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조금씩 전개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끝고 맺기보다 다양한 이야기 구조를 전체적인 흐름에 맡겨 놓았다.

 

이야기는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흥미진진하다. 다양한 이야기가 흥미를 자아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공감도를 높이니, <지붕뚫고 하이킥>의 중독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 두고봐야겠지만 분명 변종 시트콤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함께 송고합니다. 

2009.09.24 10:09ⓒ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블로그에 함께 송고합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이순재 #김자옥 #신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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