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연구원이 기업의 후원을 받아 골프 일정이 포함된 가족 동반 제주도 행사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원측은 연구위원 등 내부 관계자들 모르게 이 같은 행사를 추진하다가 중단한 상태다.
24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연구원은 오는 10월 9일과 10일 하반기 일자리 포럼을 E 제주컨트리클럽 콘도미니엄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일정에는 골프·올레길·휴식 등의 선택활동이 포함되어 있는데, 연구원 측은 지난 8일 메일을 통해 참석자들에게 선택활동 선호도와 가족 동반 여부를 묻는 메일을 보냈다.
이 메일에서 연구원은 선택활동과 관련, "골프 부킹은 해드린다"고 명시했으며, 토요일밤 추가 숙박 여부와 가족 동반 여부 및 인원을 묻기도 했다. 또한 연구원 측은 행사에서 왕복항공과 현지 단체이동 교통 및 1박(1인 1실) 3~4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1박2일 포럼 일정 중 회의는 단 두 차례 총 4시간(9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10일 오전 9시~11시)밖에 되지 않는다. 그나마 첫날의 토의는 만찬과 친교를 겸한 자리다.
또한 연구원은 이 메일에서 "항공권을 제외한 숙식을 LG전자가 스폰서해주시기로 했다, LG전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포럼 담당자가 지난 8일 실수로 연구원 전체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알려졌다. 그 전까지 연구원은 포럼 계획을 연구위원 등 원 내부 관계자들에게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연구원 노조위원장 "10년 일했지만 기업 후원이나 골프 행사는 처음"
담당자는 이날 오전 9시 20분께 문제의 이메일을 발송했는데, 30분 뒤인 오전 9시 50분께 다시 "외부 인사들에게 발송되어야 할 메일이 원내 전체로 잘못 발송됐다"는 내용의 정정메일을 보냈다.
이에 대해 김주섭 노동연구원 연구관리본부장은 "수요를 조사해보니 반응이 좋지 않아서 행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민간과 노사정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인데, 박기성 원장이 주관하기 때문에 참석대상이나 스폰서 규모 등은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황덕순 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노조위원장은 "일자리 위기로 국민들이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원내 연구자들도 모르는 일자리 포럼을 심지어 골프여행까지 겸해서 치른다는 것은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황 위원장은 "행사 경비를 민간기업으로부터 후원받는다는 것은 노사정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할 노동연구원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행사를 중단했다는 연구원 해명에 대해서도 "이런 계획을 세운 것부터 문제"라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연구원에서 10년 동안 일하면서 기업 후원을 받는다거나 골프 일정이 포함되는 행사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2009.09.25 09:4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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