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호주 방문.
윤여문
일본 눈치 보며 '위안부 결의안' 미루는 호주의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권고한 'HR 121'이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지 2년이 지났다. 이어서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EU, 대한민국, 대만 등의 의회에서도 '위안부' 결의안을 채택했다. 뿐만 아니라, UN 인권조약기구에서도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일본 정부에 권고했다.
호주에서도 스트라스필드 시의회(한인 최초의 권기범 시장이 주도)와 라이드 시의회 등에서 결의안을 채택해 국제연대에 동참했다. 그런데 가장 먼저 결의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했던 호주 의회는 결의안을 여러 차례 부결시키면서 미적거리고 있다.
호주 상원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여부를 놓고 수정안 투표 한 차례를 포함하여 5차례의 투표를 실시했다. 2006년 8월 첫 투표에 이어 2007년 2월(찬성 34-반대 36), 2007년 9월(34-35), 2008년 수정안 투표(32-34) 등이 모두 아슬아슬한 표차로 부결됐다.
그런데 2009년 8월 19일에 실시된 투표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찬성 7, 반대 37, 기권 22표. 녹색당 5명 전원과 군소정당 2명이 찬성표를 던졌을 뿐, 보수정당인 자유-국민 연립당이 반대에 투표하고, 그동안 찬성으로 일관했던 노동당이 기권으로 돌아서서 나온 결과다.
투표 결과를 보도한 호주국영 abc 방송은 "집권 중반을 넘기면서 중국 정부와 삐걱거리는 노동당 정부가 외교적으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일본 정부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그동안 일본 정부 당국자의 끈질긴 물밑 로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녹색당 소속 핸슨-영 의원의 발의로 상정된 이번 결의안은 "성(性) 인권유린에 따른 전적인 책임 인정, 범죄행위에 대한 공식 사과, 피해자나 직계가족에 대한 보상, '위안부'에 대한 학교의 올바른 역사교육을 일본 정부에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기대했던 호주의회가 여러 번 결의안을 부결시켜 실망스럽다"며 "2009년 안에는 꼭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