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유성호
-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나?
"최근 1년 동안 주가가 오를 근거는 있었다. 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었다.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적인 소비 행태, 투자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력, 주변의 폭넓은 교역지대 등의 구조가 우리나라 기업 성장의 틀을 강건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이런 틀에서 보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상황은 밝고 폭락할 가능성이 많지 않다.
하지만 기업 이익이 증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던 원화 약세와 세계 각국의 재정 정책이 더 이상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원화가치가 강세로 돌아섰고, 각국의 재정 정책 역시 출구전략을 통해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최근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부분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오름세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 최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쏠림 현상 탓에 과도하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주가수익비율(PER·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낸 것으로, 이 수치가 높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됐음을 의미)을 보면 비싸다고 볼 수 없다. 길게 보면 충분한 투자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작정 이 회사들의 주식을 사기에 앞서서,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경쟁국가의 경쟁 회사들이 제대로 대응을 못했는데 이제는 가격 인하 정책 등 공세적인 정책을 취할 것이다. 여기에 소비 진작을 위한 세계 각국의 재정정책도 마무리되면, 현대차는 낙관할 수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도 경쟁 국가의 투자 증대와 원화 약세로 4/4분기부터는 이익 상승의 원동력이 줄어들 것이다."
- 향후 주가 전망과 관련, 다수 증권사에서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증권사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할 때 공포를 예측하고, 모두 흥분하는 시기에는 흥분을 예측하고 좋은 얘기만 한다. 언론도 시장이 어려울 땐 500포인트 간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전망이 좋을 땐 2000포인트 얘기도 한다. 모든 생각을 주가 예측에 집중하고 부르짖는다. 1년 6개월 전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주가 예측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
주가 전망보다는 '좋은 기업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원의 80~90%를 집중해야 한다. 그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기업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식을 하나의 유가 증권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주식 투자의 본질은 좋은 기업, 가치 있는 기업의 행복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
"주가 상승기가 오히려 가치투자 적기"- 주가 상승기에는 가치주보다는 돈이 몰리는 대형주, 테마주만 크게 오르고 그곳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돈을 번다. 주가 상승기에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주목해야하는 이유가 있나?"주가 상승기에 증권회사들은 과거 단기 수익률을 보여주면서 인기 있는 펀드나 종목을 추천한다. 다들 흥분하니까, 증권회사와 은행은 쉽게 펀드를 판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펀드가입자들이 최근 주가가 오르는데 환매는 왜 하나? 주간·월간·6개월 상승률 1위 펀드나 종목을 긴 시간으로 놓고 봤을 때, 가장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상위 5위 안에 들지 못한 펀드와 종목이 장기적으로는 큰 수익을 제공한다. 단기 수익률은 그 기업의 미래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결국 주가상승기에는 펀드회사에서 추천하는 펀드나 종목이 아니라, 가치 있는 기업에 투자를 해야 한다. 가치가 주식을 결정한다는 생각 속에서 시장에 편승하지 않고 가치 있는 기업에 장기투자를 한다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면서도 리스크는 적다."
- 하지만 가치투자를 하는 운용사는 적을뿐더러, 개인이 가치투자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우선 가치투자에 동의하고 이에 입문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주가는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결국 가치다. 그것인 자산 가치가 될 수도 있고 수익 가치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이 가치 지향적 고집을 지켜나간다면, 우리 주위의 많은 기업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메가스터디로 아이들 공부를 시키고, 하나투어로 여행을 가고, 미래에셋에서 펀드를 사면서 그 회사의 가치를 충분히 접할 수 있다. 기관에서는 1년 후에야 이들 회사의 재무제표를 가지고 그 회사의 가치를 판단한다. 기업의 이익은 소비자가 만든다. 소비자가 그 기업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개인들도 충분히 가치투자를 할 수 있다."
- 그렇다면 가치 투자를 할 가치 있는 좋은 기업은 어떤 곳인가?"기업의 이익은 소비자로부터 나온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 결정 과정에서 환경 등 사회적 이익을 생각할 정도로 주체적이다. 이러한 소비자한테 환영받는 기업이 기본적으로 미래가 있고, 가치가 있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은 시장 내 1등 기업이고 불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 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상정해야하나?"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채권보다는 높게 상정하는데, 장기적인 선에서 기대수익률을 채권 수익률의 2~3배 정도로 상정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정도에 양이 차냐'고 얘기한다. 하지만 지난해 수익률이 -50~-60% 때였던 것을 감안해보면, 장기적으로 채권수익률의 2~3배의 수익을 낸다는 것은 적지 않은 것이다. 과욕을 부리면 고통이 크다."
"가치투자-직접판매가 옳다...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