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하게 직장 생활을 하다가 느닷없이 해고 통지를 받았을 때,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하고 다른 이에게 해 되는 일 없이 착하게 살아왔는데 어느 날 불치의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몇십년 우정을 쌓았던 소꿉친구에게서 사기를 당했을 때.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내게 이런 불행과 고통이 찾아 왔는가?"
더구나 그의 불행을 보고 위로차 방문한 사람들이 "죄 없이 망한 이가 어디 있으며 마음을 바로 쓰고 비명에 죽은 이가 어디 있는가? 내가 보니, 땅을 갈아 악을 심고 불행의 씨를 뿌리는 자는 모두 그 심은 대로 거두더군"하면서 '네 탓이요"를 말한다면 당사자의 심정은 어떨까.
우리는 어려서부터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고 배워 왔다.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착한 사람들.
그러나 세상의 현실은 정반대다. 오늘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 숱하게 있는가 하면 열심히 땀 흘려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위기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이 많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를 당하고 비정규직으로 불안정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숱하게 양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착한 사람은 복 받고 악한 사람은 벌 받는다는 믿음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부조리한 현실을 도대체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까? 아무런 잘못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좌절의 고통을 안아야만 하는 사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들의 개인적 무능 탓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천안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최형묵 목사가 펴낸 <반전의 희망, 욥-고통 가운데서 파멸하지 않는 삶>(동연)은 부조리한 현실이 주는 고통 가운데서도 결코 소멸될 수 없는 인간 삶을 오늘의 부조리한 현실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전도서와 더불어 성서의 《욥기》는, 인간 삶에서 제기되는 보편적인 물음을 집약해 놓은 고대 지혜문학의 최고봉으로 찬사를 받아 왔다. 최형묵 목사는 "《욥기》가 비단 과거의 시대에서만이 아니라 오늘,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물음들을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책 속에서 최 목사는 《욥기》의 주인공인 욥을 인내와 순종의 표상으로 해석해온 기존 주류 기독교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그에 따르면 욥은 사람들이 자명하게 여기는 상식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하고 항변하는 도발적인 인물이다.
"욥은 사람들이 상식으로 여기는 믿음들이 어째서 현실에서 통용되지 않은지 집오하게 문제 삼습니다. 《욥기》의 진가는 바로 거기에 있죠. 사람들이 자명하게 여기는 하나님, 그리고 세계 현실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하나님과 세계 현실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실마리를 《욥기》는 우리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크게 2부로 구성된 이번 책은 1년여에 걸쳐 살림교회에서 신도들과 진행한 성서연구의 결과다.
인위적인 장절을 그대로 끊어 읽기보다는 마치 희곡과도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는 《욥기》의 내용을 각 주인공의 발언별로 끊어 읽으면서 해석을 시도하는 방식으로 성서연구를 진행했다. 그것을 종합해 다듬은 것이 <제2부 본문 따라 읽기>에 해당한다.
<제1부 욥기 다시 읽기>는 본문 따라 읽기 내용의 구조와 순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보다 함축적으로 《욥기》의 총괄적 해석을 시도하고 있다.
본지 종교칼럼 위원이기도 한 최형묵 목사는 연세대 신학과와 한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한신대에서 신학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 및 계간 <신학사상> 편집장으로 일했고, 천안살림교회 담임목사, 계간 <진보평론> 편집위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앙과 직제 위원 등으로 활동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44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9.30 11:3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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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희망, 욥 - 고통 가운데서 파멸하지 않는 삶
최형묵 지음,
동연(와이미디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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