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신속한 구조작업으로 한 생명 구한 경찰

울산 동구 방어진지구대 직원 자살 시민 구조

등록 2009.09.30 15:04수정 2009.09.3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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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8일 오전 6시. 잠에서 깨기에는 이른 시간인데 휴대전화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짜증반 호기심반으로 전화를 받으려는 순간 벨은 멈췄다. 전화번호는 052-201-0112. "112라면 경찰이 아닌가?" 문득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를 생각하느라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경찰에서 전화를 해올 일은 없는 것 같다.

 방어진지구대 이희철 경사
방어진지구대 이희철 경사 울산 동구 방어진지구대
궁금증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방어진지구대입니다." 전화번호가 집에서 멀지 않은 관할 지구대번호라는 것을 알았다.

"전화가 왔는데 무슨 일이신지" "아, 이른 아침에 죄송합니다. 이런 전화를 드려야할까 생각하다 직원들이 좋은 일을 해서…" 전화속의 지구대 경찰은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를 들으니 그가 누구인지 얼굴이 떠올랐다. 지지난해의 일이다. 울산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 제보를 받고 바가지요금 취재를 하다 업주인 건달에게 협박을 당한 일이 있었다. 그때 해수욕장 임해파출소 당직을 하던 방어진지구대 차석이 구해준(?) 일이 있었다.
 방어진지구대 조창섭 경장
방어진지구대 조창섭 경장동부경찰서
"아, 안녕하세요. 저한테 직접 전화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예. 그때 <오마이뉴스>에서 활동하신다는 기억이 나서…"

간단한 기억찾기 후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 새벽 동료인 울산 동구 방어진지구대 경찰 두명이 신속한 출동으로 자살자를 구해냈다는 것이었다.

28일 새벽 4시쯤 일이다. 방어진지구대에 한 여성이 급하게 전화를 해왔다. 이 여성은 인근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조금 전 남편과 통화를 하니 남편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자살하려는 사람처럼.


방어진지구대 소속 이희철 경사(39)와 조창섭 경장(35)은 즉시 순찰차를 타고 신고자의 집으로 출동했다. 도로에 차가 없어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편은 집안에 있는 창고에서 빨래 줄에 목을 맨 상태였다. 두 경찰은 119에 전화한 후 인공호흡과 굳어가는 몸을 마사지하는 등 신속한 행동을 취했다. 다행히 두 경찰의 도움으로 남자는 다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간발의 차로 생명을 구한 것이다.


방어진 지구대 차석은 "내가 생각해도 우리 직원들이 장한 일을 한 것 같아 기자님께 취재를 부탁하려 했다"며 "하지만 요즘 경찰이 욕을 많이 듣고 있어 이런 일을 알리는 것이 공치사가 아닌가 싶어 전화를 끊었다"고 겸손해했다.

"아, 정말 좋은 일을 하셨습니다. 정말 수고하셨네요." 이렇게 덕담을 했지만 이 기사를 쓰기까지 이틀이 걸렸다.

문득 일선 현장에서 밤낮없이 직무에 충실하는 많은 경찰이 있다는 사실에 흐뭇한 생각이 들면서다.
#방어지지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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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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