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드는 성난 파도를 외롭게 견디는 바위
이강진
아침에 일어나니 산속에 깊은 안개가 끼어 있다. 안개 속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푸른 산등성이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운 기분을 자아낸다. 자동차로 산등성이를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양과 소들이 넓디넓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으며, 언덕과 언덕을 넘어 먼 곳에는 하얀 점들로 보이는 파도로 얼룩진 바다가 보인다.
바닷가에 다다르니 남해 해안 도로(Great Ocean Road) 경치 중 장관이라는 12사도/제자 (12 Apostles)바위가 보인다. 파도에 의해 육지가 잘려 나온 거대한 동상을 연상케 하는 돌덩이들, 자연이 만든 동상이다.
바람이 심하다. 가끔 비가 흩날리며, 비구름과 파란 하늘이 교차하는 날씨다. 바다 또한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며 요동친다. 천지가 창조되던 날이 이런 날일까? 성난 파도 가운데 서 있는 돌덩이들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언젠가는 파도와 비바람에 쓰러져 12사도가 11, 10, 9 로 줄어들 것이다. 자세히 보니 파도가 자주 닿는 아래쪽은 이미 많이 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사도 한 명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