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곧잘 흘리는 눈물, 정체가 무엇일까

[주장] 남몰래 흘리는 눈물만 가치 있다

등록 2009.10.07 17:51수정 2009.10.0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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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9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제29회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영혼의 소리로' 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청와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이것은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KBS '사랑 나눔 콘서트'에 출연해 낭송한 시 구절이다. 누구나 읽을 수 있듯이 이 시에는 눈물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날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 대통령은, "어려운 때가 되면 재래시장 상인, 노점상, 환경미화원, 환자, 장애인 등이 더 어려운 법"이라고 하면서 "이런 때 힘든 사람을 도와주어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 내외는 선천성 안면기형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 소녀가 불편한 손가락으로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처연한 눈빛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한가위, 대통령과 총리의 스테레오 눈물 뿌리기

이 대통령은 눈물을 참 좋아하는 대통령이다. 앞의 시 구절대로 눈물이란 여간 가치 있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시인 김현승도 시 <눈물>에서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 내가 가장 나~종 지닌 것도 오직 눈물뿐'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벌써 여러 차례 눈물 흘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주었다. 지난 4월 19일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그는 장애 청소년들의 노래를 들으며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행사가 끝난 후 대통령은 "내가 위로를 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에게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날 KBS는 이 대통령 내외의 눈물을 번갈아서 8초간이나 클로즈업한 화면을 방영했다.

부인 김윤옥씨는 대통령보다 더 눈물을 잘 흘린다. 홀트일산요양원에서도 먼저 눈물을 흘린 것은 부인이었다. 그네는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관람 가서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지레 손수건부터 꺼내 들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이 "슬픈 것을 알고 미리 손수건을 준비했다"고 설명해 주었다.


정운찬 신임총리도 눈물을 좋아한다. 그는 "국회 청문회를 마치고 새벽 3시에 집에 들어갔더니 아들과 딸이 엉엉 울었다"는 말을 기자들 앞에서 스스럼없이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추석날 용산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눈물과 함께 울먹이면서 준비해 간 글을 읽었다.

이 대통령, 왜 자주 눈물을 보이는 것일까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중국 쓰촨성 지진현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나도 눈물이 나왔다"고 말하며 실제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눈물 일화' 중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작년 12월 4일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일이 아닐까 한다. 혹한의 새벽시장에 들어선 그는 한 할머니 노점상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다. 무시래기를 파는 할머니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박'부자'였다. 박 할머니는 이 대통령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울음을 터트렸다.

"하루에 얼마나 버나? 내가 선물을 하나 주겠다. 이것은 내가 20년간이나 쓴 건데 아까워도 줘야 하겠다."

이 대통령은 손수 목도리를 벗어 할머니 목에 감아 주었다. 이어서 그는 시장 상인들과 국밥을 함께 들면서 "눈물이 난다. 내가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라고 말하며 정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인터넷에는 이를 패러디한 댓글들이 실리기도 했는데, 이를테면 '눈물이 난다. 내가 대운하를 파야 하는 것인데'라든지, '눈물이 난다. 내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바꿔야 하는데' 등이었다.

아무렇든지 이 대통령은 왜 이렇게 잘 우는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생각을 하자니 그의 후보 시절 광고가 떠오른다. 광고는 처음 이명박 후보의 고뇌 어린 사진을 보인다. 그 사이 "살려주이소" 하는 서민의 탄식이 반복된다. 이어서 물기에 젖은 이명박 후보의 눈이 클로즈업되면서 광고는 끝을 맺는다.

이 대통령은 현장 행보를 좋아한다. 그는 현장 행보 중에서도 이른바 '타운 미팅'이라는 것을 자주 한다. 그는 재래시장에 가서 뻥튀기와 떡볶이를 사기도 하고 쌀 가공업체를 찾아가 쌀국수를 시식하기도 했다. 이문동 재래시장에 가서는 국물이 흐르는 어묵을 고개를 갸웃이 하고 직접 입에 담기도 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보수 언론들은 으레 호평 기사를 내 놓는다. 그들은 '대통령이 중도 실용론을 강화하고 서민 행보를 직접 보여준 것'이라는 식의 기사를 쓰곤 한다. 홀트일산요양원을 방문한 다음 날 <중앙일보>는 이를 1면에 보도하면서 "울어버린 대통령... 오늘 장애인의 날"이라는 사진 제목을 뽑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6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이 된 것은 서민의 아픔을 돌보라는 소명이 주어진 것"이라는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MB가 흘리는 눈물, 정체는 무엇인가

하지만 이 대통령의 눈물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야당은 이 대통령의 잦은 서민 행보와 눈물을 '포퓰리즘에 의한 정치적 쇼'라고 비난한다. 서병훈 숭실대 교수는 "포퓰리즘이란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고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이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까지 폄하하기도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정말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잡아먹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을 일컫는데, 이 말은 주로 '위선의 눈물'이라는 적잖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견해들에는 섣불리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세히 보면 이 대통령이 정말 슬퍼서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대통령의 눈물(정 총리의 눈물 포함)이 '진정한 눈물'로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곧잘 흘리는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이 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흘린 눈물은 장애인을 1년 364일 차별하다가 단 하루, 그것도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흘린 눈물이었다."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성명서)

이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날카롭게 진단한 성명서이다. 이 성명처럼 이 대통령은 서민이나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이 아닌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이 대통령에게 그들은 한낱 불쌍한 존재일 따름이다. 그래서 그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는 그것으로 자기 위안을 삼는다. 그뿐이다 그 눈물을 만드는 슬픔이 지나치게 즉흥적이기에 정작 그들을 위한 정책이나 제도는 추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중증 장애인들의 합창에 위로를 받았다면 중증 장애인들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존권적인 정책 요구에 성실히 답변해야 할 것이다."(같은 성명서)

실제로 이명박 정부 들어 장애인 예산은 도처에서 삭감되었고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가 폐지되었으며 장애인에 대한 공약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 또한, 장애인과 서민을 위한다는 이명박 정부는 정작 그들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국가인권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눈물과 서민행보는 일단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승하고 있는 국정 지지율은 바로 이 눈물과 서민 행보 덕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눈물에 약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 아니면 팍팍한 삶에서 마땅한 대안도 없는 터에 한 번 더 대통령의 말을 믿어보자는 심리도 발동했을 터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눈물은 터무니없는 시혜의식과 즉흥적인 연민의식에서 일어나는 '센티멘털리즘'에 불과하다. 그의 눈물은 이성과 의지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 그의 눈물은 이광수 소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의 것과 흡사할 만큼 계몽적이고 근대적이다. 시일이 흐르면서 국민은 대통령이 흘리는 눈물의 정체를 필경 알아차리리라고 본다.

'센티멘털리즘'은 현실적이든 잠재적이든 행동을 차단하는 감정이다. 그것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꾸며진 것이다. 예컨대 운전기사는 바깥에서 덜덜 떨고 있는데 무대 위 주인공의 슬픈 처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있다면 그녀는 센티멘털리스트이다. 센티멘털리스트는 감정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 그는 느끼기는 하지만 에너지가 결여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의 느낌은 그를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작동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이 대통령이 재산을 기부한 것을 두고 실천력이 있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자기 재산으로 재단을 만들었고, 그 재단 이름에 '청계'라는 아호를 썼으며 이른바 '고소영' 인사들을 대거 임원으로 위촉했다.

조지훈 시인은 <봉황수>에서 '눈물이 속된 것을 모를 양이면 봉황새야 구천에 호곡하리라'라고 말함으로써 눈물을 보이는 짓은 속된 행위임을 환기하고 있다. 눈물이 가치 있고 아름다우려면 오페라 아리아처럼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라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것은 철저히 '남 알게 흘리는 눈물'이다. 그 눈물은 미디어를 통해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명박 #눈물 #서민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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