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현산 보현사 정원의 닭볏같은 맨드라미는 제 고향에서 흔히 보든 것이지만 이제는 더 다양한 수입 꽃들때문에 도시의 정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안수
법당의 부처님께 받쳐진 흰쌀을 보자 어머니의 치성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는 집안에 중요한 일을 앞둘 때면 늘 백미를 싸서 이고 절에 다녀오시곤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의 입학시험을 볼 때도, 대학의 입시 때도, 그리고 제가 장기간 나라밖으로 나갈 때도 같은 방식의 그 치성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향 하나를 피우고 고향에 가지 못한 용서를 빌고 두루 감사한 일들을 생각했습니다.
마당으로 내려오자 스님이 오사채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추석인데 송편은 드셨습니까?"
"이제 산을 내려가면 먹어야지요."
"한 접시만 요기를 하시지요. 안으로 드세요."
스님의 청을 받들어 요사채 툇마루에 엉덩이를 걸쳤습니다.
송편과 전, 증편과 나물 무침까지 그들먹하게 내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