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식 의원실 제공
경찰이 지난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연행된 시민들을 기소하면서 부모와 남편 등 가족들의 수십 년 전 시위전력까지 샅샅이 뒤져 기소 증거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헌법 13조3항의 '연좌제 금지' 원칙을 어긴 것은 물론, 수십 년 전 개인의 집회시위 참여 기록까지 국가가 관리하고 있다는 걸 반증하는 것으로써 앞으로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민주당 최규식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여성단체에서 활동하는 이모씨와 남모씨는 지난해 6월 26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주변에서 개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철회'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고 한다.
경찰은 이들을 조사하며 '시위사범 전산입력 카드'를 작성했다. 이 카드에는 연행자가 어느 장소에서 어떤 집회에 참가해서 무슨 이유로 연행됐는지 등 총 20개의 항목에 걸쳐 연행자의 정보를 상세히 기록하게 돼있다.
이어 경찰은 '공안사범리스트'를 조회해 이들의 부모와 남편, 형제 등 주변 가족들의 과거 공안사건에 연루됐는지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이모씨의 남편인 이인영 전 국회의원과 국가인권위원을 지낸 부친의 공안사건 기록이 모두 여과 없이 조회됐다.
여기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은 내용은 물론이고 이씨의 부친이 유신체제였던 1976년 '민주구국선언문'을 배포했다가 체포된 기록까지 삭제되지 않고 그대로 기록돼 있었다.
문제는 이런 가족들의 '공안사범 조회 리스트'가 연행자의 '시위사범 전산입력 카드'와 함께 법정에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는 점이다. 즉, 한 개인을 기소하면서 당사자 가족의 33년 전 공안기록을 증거로 활용한 것이다.
이런 게 가능했던 건 바로 5공화국 시절인 1981년 제정된 '공안사범자료관리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 7조는 "관계기관이 공안사범에 관한 자료를 송부할 때에는 통일된 양식의 전산기초자료서 또는 전산보안자료서에 의한 전산자료서를 작성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11조는 "전산자료는 공안사범전과자에 대한 개인별 자료와 통계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있다.
결국 5공화국 군사독재 정권 시절인 28년 전 규정이 아직까지도 별 문제 없이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