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산기슭인왕산의 산기슭 길은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박금옥
산기슭을 따라 가볍게 산책할 수 있도록 된 숲길을 걷다보니 청계천 발원지라는 샘물과 옥인아파트가 나왔다. 옥인 아파트는 옥류동(옥인동)이라는 이름이 말해주듯 인왕산 기슭의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골짜기를 옆에 끼고 있는 아파트였다. 그러나 철거에 들어가 있는 아파트는 흉물스럽게 서 있었는데, 군데군데 아직 사람이 살고 있었다.
집은 사람이 함께 해야 한다. 사람이 살고 있는 몇 곳은 화분에 꽃이 피어 있고, 장독이 놓여 있고, 을씨년스럽지 않았고, 사람이 나와 말을 걸었다. 이 아파트를 헐어 공원화를 시킨다는데 주민들과 해결이 아직 덜 난 상태인데도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온다고 한다.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서 있는 아파트는 지난날 영화를 잊고 역사의 집터가 되려 하고 있었다.
공원이 되면 인왕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해결을 못보고 남아 있는 저들의 신산한 삶이 느껴져 아름다운 경관 앞에서 걱정이 먼저 앞섰다. 청계천 발원지라 해도 청계천으로 들어가는 지천들은 이미 마르고 물길이 끊겨 있으니 그 또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