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차 도우미 자르자는 게 아니다"

건국대 여성 주차 도우미 찬반 논란, 총여학생회장에서 물었더니...

등록 2009.10.21 16:52수정 2009.10.2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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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주차 도우미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주로 여성 주차 도우미는 성 상품화의 일환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며 이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성 주차 도우미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주로 여성 주차 도우미는 성 상품화의 일환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며 이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금준경

2학기를 맞은 건국대학교 서울캠퍼스 교정에 평소와 다른 점이 생겼다. 다름 아닌 건국대학교 교문에 여성 주차 도우미가 생긴 것. 여성 주차 도우미는 화사한 색감의 자켓과 치마를 입고 학교를 방문하는 차량을 향해 인사를 하고 주차표를 뽑아주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변화에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여성 주차 도우미를 반대하는 학생들의 입장은 주로 여성 주차 도우미는 성 상품화의 일환으로 보일 여지가 있으며 이는 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건국대학교 본부 측은 학교 방문 차량 안내를 위해 꼭 필요해서 쓰는 것이라 한다.

학내에서의 이같은 논란은 이미 한 언론에 보도되고 기사가 포털 메인에 배치되면서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보다 심층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건국대학교 여성학우를 대표하는 총여학생회에 방문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건국대 총여학생회장 최상아(경영학과 06학번) 인터뷰.

"주차 안내는 여성의 일? 편견을 깨야"

- 이번 여성 주차 도우미 논란에 대한 총여학생회의 입장은 무엇인가?
"우선 여성 주차 도우미라는 것이 진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든다. 이번 일은 학교 주차일을 맡는 외주 주차업체가 바뀌면서 생겨난 것인데 인사와 티켓을 뽑아주는 역할은 꼭 여성이 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이 일은 여성이 할 수도, 남성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여성 주차도우미는 예쁜 유니폼과 치마와 스타킹을 입는 등 일의 효율보다는 여성스러움만을 추구한다. 근본적으로 사회의 편견이 문제이며 학교가 여성의 선입견과 관련된 문제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 학교 측에서는 "하루 방문차량이 2000대에 육박하여 행사내용과 위치를 숙지한 친절하고 순발력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하루 2000대라고 주장하는데 통계자료나 근거가 없어서 뭐라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학교에 주차하는 차들 대부분은 교직원, 교수 등의 정기차량이다. 정기차량은 안내가 필요하지 않다. 또 그 전에는 발권기가 무인시스템으로 운용되었으며 게이트마다 한 명의 직원이 상주했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 이전에는 주차 안내 업무를 누가 맡았는가?
"원래 교내에 주차관리를 따로 해 주시는 남성 직원 분들이 있으며 현재까지도 존재한다. 실질적 주차 관리와 안내는 그분들이 맡으셨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 관련 보도 이후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괜한 우려로 현재 주차 도우미로 일하는 여성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총여학생회가 이번 일을 공론화시켜 여성 주차 도우미 직원들을 잘라야 한다는 식의 보도는 와전된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여성들의 일자리를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해서 꼭 유니폼을 입고 친절한 안내를 하는 업종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편견과 학교의 입장에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서서 인사하는 일은 고될 것이다. 앞으로 점점 추워질 텐데 저 분들은 얇은 옷과 치마를 입고 안내를 해야 한다. 여성스러움을 추구하다보니 그분들의 근로환경은 열악하다. 이와 관련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안내 일은 여성이 해야 한다는 편견, 여성스러운 유니폼을 입고 일해야 한다는 편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학교가 이미지에만 너무 신경써"

학교 측의 주장처럼 여성 주차 도우미가 성 상품화가 아닌 적절한 역할 배치라면 그 역할을 꼭 여성이 맡아야 하는지, 반드시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금할 수 없다. 여성 도우미가 없었던 시절, 그렇다고 학교 진입과 주차에 큰 불편이 있지도 않았다. 실제 여성 주차 도우미를 고용한 사례도 한양대와 건국대뿐이라는 사실은 필요요건이기 보다는 선택요건이라는 걸 나타나는 예이다.

보도 후 학교 측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주 업체에서 결정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 했다. 기존 보도와는 달리 2학기부터 새로운 주차 외주 업체가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로 학교 측은 책임소재를 떠넘겼다.

그러나 여성 주차 도우미를 위해 교문 게이트까지 개조했는데, 이를 단지 외주업체가 결정한 일이라고 책임을 넘기는 학교 측의 답변은 궁색해 보인다.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안과 관련해 학교가 승인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 학교 09학번 이아무개 학우는 "여성 도우미로 인해 불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쓰이는 것 같다. 학생 복지는 외면하는 학교가 학교 이미지에만 너무 신경 쓴다"라고 대학 본부를 비판했다.
#건국대 #여성주차도우미 #성상품화 #대학 #상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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