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주간논평>에서는 뜨거운 논란 속에 이명박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는 연속기획을 마련합니다. 앞서 정부 계획의 전반을 살피는 이원영 교수의 '청계천과 4대강 사업이 한 사람 작품이라니...'가 게재되었으며, 이후 영산강, 금강, 남한강 순으로 각각 세부계획의 적절성과 함께 우리 사회와 자연환경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4대강사업의 본사업을 2011년까지 완료하고 연계사업은 2012년에 마친다는 정치적 시간표에 국토해양부가 힘없이 떠밀리고 있다. 국감장에서 4대강사업의 목적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강한 의문을 제기하자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갈릴레오의 명언을 빌려 대답한 환경부 장관의 소신 역시 공허하기만 하다.
4대강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우리사회 깊숙이 자리잡았지만, 4대강사업의 공학적 본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공학적 진실을 왜곡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안쓰러운 모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자면, 갈릴레오는 진실을 알고 있는 '사회적 약자'였다.
정부는 지난 6월 최종 확정된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4대강사업은 약 3년간 22조원에 이르는 예산의 대부분을 4대강 본류구간에서 물 확보, 홍수방어, 수질개선 등의 공학적 목적에 쓸 예정이다.
특히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낙동강에 투입되는데, 낙동강의 주요사업은 대규모 준설과 8개의 보(洑) 건설이다. 낙동강에서 4.4억㎥ 규모로 준설을 하는데, 이는 부산에서 안동까지 낙동강을 따라 320km 구간에 걸쳐 폭 230m, 깊이 평균 6m로 강바닥을 파내는 물량이다. (물론 준설 폭이 바뀌면 준설 깊이도 바뀐다.) 높이가 10~15m에 이르는 보는 평균적으로 8천만㎥의 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따르면 대형 댐에 해당한다.
대형 댐에 가까운 준설과 보 건설
이 사업이 완료되면 낙동강은 이제 더이상 물이 흐르는 강이 아니라 부산에서 안동까지 낙동1호(湖)부터 낙동9호까지 9개의 호수로 분절될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준설은 하천생태계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바꾸어놓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파낸 흙을 쌓아둘 장소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 건설로 호수가 되어버린 낙동강의 생태계는 단절될 것이고, 일부 구간에 갑문을 적절히 설치하면 자연스럽게 낙동강 운하가 완성될 것이다. 이러한 낙동강사업의 허구성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주먹구구식 예산 책정에서 드러나는 준비 부실이다. 4대강사업 예산은 지난 4월 27일 중간발표 때만 해도 14조원이었다가 최종발표에서 22조원으로 불어났다. 40일 만에 무려 8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타당성 여부를 평가하기에 앞서 과연 이 사업이 제대로 준비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중요한 국책사업이라도 '돌다리 한번 더 두드리듯' 신중해야 하는데, 속도전을 방불하듯 밀어붙이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되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히 낙동강은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므로 준비 부실에서 오는 문제의 심각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물 확보 계획의 오류와 허구성
둘째, 공학적으로 오류이자 억지인 물 확보 계획이다. 하천법에 근거해 마련된 최상위 계획인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06년 수립)에 따르면 2011년 낙동강권역에서는 0.11억톤의 물이 남는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낙동강에 물이 부족하다는 억지를 바탕으로 본류에 8개의 보를 설치해 10억톤의 물을 개발한다는 비상식적인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하천에 보를 설치하면 물의 흐름이 느려지고 수질이 악화된다. 이처럼 보에 의해 정체된 물이 부영양화가 계속되다보면 결국 거대한 썩은 '물덩어리'로 바뀌게 될 것이다.
불행히도 하천 본류에 보를 설치해 물을 저류(底流)시켜 확보하는 사례는 세계 어디서도 유례가 없으며, 설령 낙동강에 물을 확보했다 해도 쓸모가 없다. 물 확보라는 잘못된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최근 정부는 낙동강에 하천유지용수로 약 5억㎥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물 확보 계획은 4대강사업 마스터플랜에서가 아니라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서 논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더구나 하천유지용수가 부족한 하천은 낙동강 본류(本流)가 아니라 지류(支流)다. 이를 보더라도 낙동강 본류에서 물을 확보한다는 논리는 공학적으로 허구임을 알 수 있다.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위해서는 지류에 주목해야
셋째, 앞뒤가 뒤바뀐 사업의 우선순위다. 홍수예방과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본류보다 지류에 대한 투자가 우선이다. 4대강 사업구간에서는 이미 97% 이상 하천정비가 완료되었지만 지방하천의 경우 84% 정도에 머물러 있다. 홍수 피해는 강원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4대강 본류구간이 아니라 대부분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하므로 본류구간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듯이 본류보다 지류의 수질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인간 생활공간의 일부인 소하천으로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데 반해, 낙동강 본류는 대부분 제방으로 둘러싸여 있어 오염물질이 직접 흘러들지 않기 때문이다.
넷째, 4대강사업에 대한 소통공간이 없다. 건설기술연구원은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밀실에서, 그것도 22조원이라는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렇게 급조된 계획을 내놓으며 어떠한 기술자료도 외부 공개를 철저히 금했다. 보 건설이 수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기본적인 계산도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같은 자리는 소통이 아닌 명분 쌓기의 수단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4대강사업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는 '쇠귀에 경 읽기'에 지나지 않았다.
밀실행정과 탈법적 추진과정
다섯째, 4대강사업의 추진과정 곳곳에서 드러나는 탈법과 편법이다. 지난 3월 공포된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해예방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뛴 4대강사업은 전체 사업내용의 90%에 이른다. 그러나 낙동강에 보를 설치하면 그것이 고정 보이든 가동 보이든 홍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재해예방사업으로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아야 한다. 보 설치로 증가된 홍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대규모 준설을 하는 것은 결국 '병 주고 약 주는' 식에 불과하다.
한편 낙동강에 대한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는 경북과 경남 구간, 즉 상·하류로 나뉘어 각각 수행되었다. 상류인 경북에서 벌어지는 오염유발 사업이 하류인 경남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경·남북을 나누어 따로따로 평가한 것은 하천의 연속성을 무시한 편법이다. 그마저도 일부 10년이 넘은 자료를 사용해 약 4개월 만에 평가를 완료했다는 것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요식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 없다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라는 간디의 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정부는 엄청난 추진력으로 4대강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지향점이 잘못 설정된 허황되고 자승자박에 불과한 계획일 뿐이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밀실에서 급조된 4대강 마스터플랜을 형식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정당화한 뒤 하천공사 관련한 각종 절차까지 무시하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질 하천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후손이 그것을 어떻게 평가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국토를 아름답게 가꾸고 강을 깨끗하게 만들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물은 이 4대강사업의 허구성을 알 것이다. '갈릴레오의 진실'이 무엇인지 역시 흐르는 강은 알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박창근 기자는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입니다
2009.10.21 11:17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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