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초대장을 받고

포슬린 인형과 실크 염화 꽃이 있는 - 이희열 작품전

등록 2009.10.22 12:15수정 2009.10.22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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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시골에 있는 저에게 과분한 초대장이란 생각이 듭니다. 초대장 제목이 무언지 아십니까? 포슬린 인형과 실크 염화 꽃이 있는 -이희열 작품전-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목에 포진해 있는 단어들이 문화 수준이 옅은 저에겐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장소는 서울 가톨릭회관 1층 평화화랑으로 되어 있구요, 작품 전시 날짜는 11월 4일(수)-10일(화)까지 일주일로 되어 있습니다. 개막식 날 가보면 좋겠는데, 수요일 오후 5시로 되어 있어서 참석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수요 예배가 있는 날이어서 서울까지의 장거리 행차에 대한 계획을 저만치 떨쳐버리게 만듭니다.


이 초대장은 한 권의 책에 동봉되어 왔습니다. '인형이 있는 꽃의 아포리즘 인형 꽃'이 책명입니다. '글 신재용 / 인형과 꽃 이희열'로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는 꽃을 배경으로 인형을 등장시켜 사진으로 올려놓은 한 편에, 신재용이 꽃에 대한 감정을 운문으로 배합해서 올려놓은 것을 시종일관(始終一貫) 그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첫 글이 수선화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글이 맨드라미꽃입니다. 모두 85개의 꽃으로 아름다운 말의 향연을 마련하고 손짓하고 있군요. 그것을 네 영역으로 또 나누어 정리한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하나 하느님께서 기르시는 꽃, 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셋 따사로운 꿈들이 영그는 집, 넷 보리피리 부는 문둥이 시인이 그것입니다.

신재용은 유명한 한의사입니다. 매스컴에 등장해서 한의학을 쉽게 풀이해 전하는 사람 중 으뜸으로 꼽으라면 그의 이름이 떠오를 정도로 그는 국민 한의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봉사단체 동의난달을 만들어 오랜 기간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해왔고 지금은 그 단체의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예술적 재능도 흠뻑 지니고 있는 분입니다. 한의사가 아니면 시인이 되었을 것을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가 쓴 한의학 관련 책을 받아 읽으면서 늘상 느끼는 것이 이런 것입니다. 참으로 딱딱하기 쉬운 한의학 책에 예술적 안목을 가미시켜 재미있으면서도 또 우아하게 엮어놓았다고 말입니다. 저에겐 경이롭게까지 생각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주인공 이희열은 제가 잘 모르는 분입니다. 사진을 보니 얼굴이 아주 낯설진 않은데 이름과 연결시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와의 교류가 든든하지 못햇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재용 원장님은 제가 마음 속으로 존경의 염(念)을 품고 있는 몇 분 중 한 사람입니다.


농촌 봉사를 왔을 때 현장에서 만난 인연이지만 그분의 사랑으로 그 인연의 끈을 더 든든하게 엮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그 분을 생각하는 것보다도 그분이 저를 아껴주는 마음이 훨씬 뛰어나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아니 사랑하는 마음이야 저도 신 원장님에 뒤지지 않는다고 믿습니다만 그 표현에 있어서 제가 도저히 따리잡지 못할 정도로 그분은 표현에 월등하십니다. 가끔 직접 쓴 책을 보내오기도 하고, 또 잊지 못하도록 종종 서신을 띄워 사랑의 폭을 확장시켜주고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두 분이 나란히 '인형 꽃'이란 책을 쓴 것을 보면 부부지간(夫婦之間)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만약 그 추측이 맞다면 두 분은 우리에게 부부의 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됩니다. 노년에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번 책은 그러한 삶의 결정체(結晶體)가 될 것입니다.


초대장을 받으면 보낸 분의 성의에 값해야 제 도리를 하는 것입니다. 11월 5일, 전시회 개막 그 이튿날 몇 명 친구들과 함께 그 전시회를 관람하러 갈 계획을 잡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한 부분인 꽃들과 그 창조행위의 위대성을 알고 싶어 기도하며 여는 작품전인 듯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인형을 만들어 조화롭게 전시해 놓은 작품들을 완상(玩賞)하는 일은 저에게 꿈 같은 이야기입니다. 두 분이 엮은 책과 작품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기쁨으로 화(化)해 전달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글을 완성한 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책의 발행처 '도서출판 이유'에 전화를 해서 사실 여부를 문의했습니다. 작품 전시의 주인공 이희열 님은 한의사 신재용 박사님의 사모님 되신다는군요. 저의 추측이 사실이 되는 기쁨을 맛봅니다.
#이희열 작품전 #초대장 #신재용 #인형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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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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