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만화를 보며 꿈을 꾸고, 꿈 속에서 만화 주인공들을 만났다. <사진 : 부천만화축제>
김대홍
1976년.
미국 우주선 바이킹 2호가 화성에 착륙했고, 양정모 선수가 대한민국 국기를 달고 첫 금메달을 땄으며,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겐 훨씬 중요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바로 만화가 내 안에 들어온 해다. 비로소 나는 좁디좁은 동네를 벗어나 시공간을 초월해 지구와 우주를 날아다닐 힘을 얻은 것이다.
그 해 나는 <로보트 태권 V>와 <철인 캉타우>를 만났다. 당시 TBC에선 <날아라 태극호>(원제 타임보칸)가 인기를 끌면서 장난감이 인기를 끌었다. 나 또한 태극호 장난감을 샀다 잃어버리기를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붕' 뜨게 만들던 만화(와 애니메이션)가 한 편으론 슬프게도 만들었다. 1978년 TBC에서 방영된 <우주소년 짱가>(원제 : 아스트로 강가) 때문이었다. 짱가가 악당과 함께 자폭하고 주인공 소년을 지구로 홀로 보낼 때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었다. 그날 한동안 TV 앞에 멍하니 있었던 기억이 난다.
기쁨, 슬픔, 희망, 분노, 좌절, 공포와 같은 느낌들을 좀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만화 덕분이었다.
매달 20일경이면 <소년중앙>을 맞이하러 문방구에 가다 1980년엔 잡지만화에 발을 담갔다. 초등학교 2학년에 <소년중앙>이라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매달 20일경이 되면 문방구 앞에 달려가 가장 먼저 <소년중앙>을 샀다. 이따금씩 <어깨동무>나 <새소년>도 보면서. 혹시나 나왔을지 모른다며 밤 9시에 서점으로 가는 아이 때문에 부모님이 살짝 걱정도 하셨더랬다.
타이거마스크, 로봇찌빠, 이겨라 벤, 요철발명왕, 20세기기사단 등을 보면서 때론 하늘을 날고 때론 바닷속 깊이 들어갔다. 공룡이 나오는 먼 과거로 갔고, 레이저광선이 난무하는 미래로도 떠났다.
그랬던 시절 우산을 들고 옥상에 올라가서 뛰어내리는 연습을 하는가 하면 배를 모으기 위해 우유곽을 모았다. 발뒤꿈치를 세 번 부딪치면 울트라맨으로 변신하는 비밀을 깨달았으나 결코 해보진 못했다.
내가 본 만화엔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엄청난 힘을 얻고 싶기도 했으나 한편으론 다시 돌아올 것을 걱정하는 소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