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이 23일 저녁 서울 중구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네트워크(준)' 주최로 열린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초청 강연회 '김제동, 신영복에게 길을 묻다'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유성호
그랬다. 이날 저녁 '방송인' 김제동은 신영복 교수에게 길을 묻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하며 마음고생을 했을 방송인 김제동은 오히려 청중들을 향해 "저 힘들지 않습니다, 등산도 잘하고 있고… 제발 저한테 힘들지 않냐고 묻지 말아달라"며 손을 내저었고, 특유의 재치로 청중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정작 방송인 김제동이 겪은 일은 이날의 청중들을 포함한 우리 사회를 사는 모든 이들이 겪고 있는 '오늘'일 뿐이다.
9개월 째 장례도 치르지 못한 용산의 희생자들, 수많은 거짓이 드러나고 있지만 멈추지 않는 4대강 사업, 같은 일을 더 고되게 하고도 일자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밥 굶는 아이들에게 시험지를 떠안기는 교육 현실.
이 밖에도 숨 가쁘게 벌어지고 있는 그 많은 '오늘' 탓에 모든 이들이 길을 묻고 싶었을 것이다. 이날 <김제동, 신영복에게 길을 묻다> 강연회의 430석 좌석이 신청 4일 만에 만석이 된 것도 사람들의 갈증을 보여준 셈이었다.
"하나 남은 과실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나무가 오늘의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