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외고 확대' 주장, 이것 때문이었나

조선교육미디어, 외고 유료강좌와 수차례 입시모의평가..."지면과 별개" 반박

등록 2009.10.25 16:00수정 2009.10.25 16:00
0
원고료로 응원
 <조선일보> 10월 20일자 사설. '더 많은 외고 만들고 빈곤층 자녀 기회 크게 늘려주라'

<조선일보> 10월 20일자 사설. '더 많은 외고 만들고 빈곤층 자녀 기회 크게 늘려주라' ⓒ 조선PDF캡처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길 잃은 외고정책"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외고 폐지 논란'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길 잃은 외고정책"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통해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외고 폐지 논란'을 보도했다. ⓒ 이경태


최근 '외국어고(외고) 확대'를 주장하는 사설을 쓴 <조선일보>가 외고 입시를 활용한 사교육 사업 역시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선일보>가 최근 '더 많은 외고 만들고…'란 제목의 사설(10월 20일치)을 쓰는 등 '외고 구하기'에 올인하고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눈길을 끌고 있다.

신문사 법인인 ㈜조선일보교육미디어는 올해 8월 '특목고·대학 입시 정보' 등의 제공을 내세운 <조선일보> 교육포털 '맛있는 교육(edu.chosun.com)'을 추가로 열었다. 조선일보교육미디어는 24일 현재 외고, 국제중, 자립형사립고(자사고) 대비 유료 강좌 15개를 운영하는 한편, 외고/자사고 입학 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지난 10월 11일 등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치러 사교육 열풍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외고 대비 특강 등 유료강좌 운영

조선일보교육미디어의 유료 강좌는 이 법인의 자사인 인터넷 학원 '에듀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중 외고 관련 강좌는 '외고 실전 대비 모의고사 특강', '외고 대비 영어듣기' 등 6개다. 입시생들은 외고 관련 강좌 1개당 4만원~6만원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9월 문을 연 에듀원은 '초등강좌', '중등강좌'와 함께 전국 외고 입시생 등을 겨냥한 '특목고 강좌'와 영재교육원 국제중 대비 등을 위한 '기획특강' 항목을 따로 배치해 운영중이다.

에듀원은 사이트를 통해 "특목고 아무나 갈 수 없지만 준비만 철저하다면 누구나 간다"면서 "유명학원 강사로 구성된 특목고 입시 전문팀과 전직 특목고 교사출신 강사의 열정적인 강의로 특목고 강좌를 구성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a  조선일보 법인인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소속 '에듀원'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특목고 강좌.

조선일보 법인인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소속 '에듀원'에서 진행하는 인터넷 특목고 강좌. ⓒ '에듀원'사이트 화면


또 사이트 내에 "조선일보,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주최 외고 입학대비 실전모의평가 기출문제 풀이과정"이라는 문구도 보인다.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실전모의평가를 잘 보기 위해서는 자사가 만든 유료강좌를 듣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 외고/자사고 입학 대비 실전 모의평가를 전국 중학교 1~3학년생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11일 치른 것을 비롯해 올해만 모두 세 차례 실시했다. 이 시험에 대해 조선일보교육미디어 한 과장은 "정확한 참여인원과 수익에 대해서는 전화상으로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모의평가가 처음 실시된 때는 2007년 7월이다. 당시 상황을 전한 <한겨레신문> 2007년 9월 8일치 보도를 보면 "1회 모의고사에 1만1000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이는 전국 외고 30곳이 2008학년도에 뽑을 신입생 8200여명보다 많은 규모다.


a  <조선일보>가 주최한 외고/자사고 입학대비 실전모의평가 소개 화면.

<조선일보>가 주최한 외고/자사고 입학대비 실전모의평가 소개 화면. ⓒ 조선일보교육미디어 사이트


"신문사 독점 위치 때문에 수익"..."오픈 얼마 되지 않아 수익 안 돼"

특목고 입시 사정에 밝은 한 학원 관계자는 23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외고 모의시험이라는 점에서 신문사의 시너지 효과와 독점적 위치 때문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응시료 2만5000원을 받는 이 모의평가에는 H 학원을 비롯 40여 개의 특목고 학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원서 또한 이들 학원에서 받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외고 입시를 활용한 사교육 사업에 대해 조영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간사는 "<조선일보>가 한 쪽에서는 외고 입시사업을 하면서, 지면으로는 외고 폐지에 극력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는 자사의 이득을 위해 외고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에듀원 관계자는 "외고 강좌는 초중등 여러 강좌 중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데다 강좌도 싸게 공급하고 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익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교육미디어의 한 차장도 "우리가 <조선일보>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독립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신문 지면과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외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5. 5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