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선착장에서 만난 배고픈 야생 물개

호주 대륙 자동차 여행(38)

등록 2009.10.25 17:55수정 2009.10.2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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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원한 파도가 인상적인 에스퍼런스(Esperance), 가족이 함께 나와 서핑을 즐긴다.
시원한 파도가 인상적인 에스퍼런스(Esperance), 가족이 함께 나와 서핑을 즐긴다.이강진

하룻밤을 길에서 심한 비바람에 시달리면서 지내고서 에스퍼런스(Esperance)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섬들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도시도 깨끗하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해안선을 끼고 돌면서 남해를 향해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구경한다.

해안가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서니 아기자기한 섬들과 수정처럼 깨끗한 바다를 끼고 끝없는 모래사장이 펼쳐진다. 하늘에는 행글라이더 두 대가 먹이를 찾는 독수리처럼 유영하고 있다. 해변을 거니는 선남선녀들, 세상 걱정은 하나도 없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선착장에 들르니 보트가 들어온다. 선착장에는 물개 한 마리가 바로 앞에서 먹을 것을 얻으려고 주위를 맴돈다. 공원에서 흔히 빵조각을 구걸하는 비둘기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보트를 선착장에 세우고 미끼로 쓰는 자그마한 생선 한 마리를 던져 주니 반갑게 받아먹는다. 동네 사람들과 이 물개는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다. 동물원에서만 보던 물개를 야외에서 이렇게 가까이 보니 신기하다.

 선착장에서 먹이를 구걸하는 물개
선착장에서 먹이를 구걸하는 물개이강진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 높은 해변이 있는가 하면 파도 없는 잔잔한 해변도 있어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다
서핑을 할 수 있는 파도 높은 해변이 있는가 하면 파도 없는 잔잔한 해변도 있어 수영을 즐기기에도 좋다이강진

토요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선착장으로 돌아 온다. 또 다른 보트가 들어온다. 큰 고기 대 여섯 마리가 통에 들어 있다. 내가 고기 구경을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으니 다음에 오는 배가 큰 고기를 잡았다고 일러준다.

곧이어 배가 도착하자 수염을 기른 아저씨가 잡은 고기를 나에게 보여준다. 큰 고기가 여덟 마리쯤 물통에 있다. 그 중 가장 큰 생선 한 마리를 들어 사진을 찍으라고 자랑스럽게 자세를 취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생선을 팔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중에 가장 작다고 생각되는 생선 하나를 나에게 주며 그냥 가져가란다. 작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꽤 큰 생선이다. 이게 웬 떡이냐. 고맙다는 말 한마디 남기고 회를 뜨기 위해 해변에서 생선을 손질한다.

회를 잘 뜨지 못하고 칼날 또한 무디어 많은 살을 버렸지만, 집사람과 둘이서 실컷 먹을 만큼의 양이 나온다. 여행을 하면서 얻어먹은 생선만 해도 꽤 되는 것 같다. 조금 전에 본 물개가 생각난다. 나도 물개처럼 이사람 저사람에게서 신세를 지며 여행을 하고 있다. 여행객은 항상 신세를 지기 마련이다. 나도 언젠가 여행객에게 신세를 갚을 날이 있으리라. 삶의 여행도 부담감 없이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여행이라면 좋을 것이다. 

 큰 물고기를 들고 카메라를 위해 자랑스럽게 자세를 잡아주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
큰 물고기를 들고 카메라를 위해 자랑스럽게 자세를 잡아주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이강진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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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바닷가 도시 골드 코스트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의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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