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같이 맑은 물 위에 지은 정자 '옥류각'

바람이 머무는 정자기행(16)

등록 2009.10.26 09:48수정 2009.10.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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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바위 위에 정자를 짓거든 이름을 <옥류각>이라 붙여라. 그러면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이다. 옥류각은 바위 위에 지어진 아름다운 정자다. '옥 같이 맑은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당호를 붙인 옥류각은 동춘당 송준길(1606∼1672)이 학문을 연구하던 2층 누각 형태의 건물이다.

옥류각 계곡 바위위에 그대로 지은 아름다운 정자이다
옥류각계곡 바위위에 그대로 지은 아름다운 정자이다하주성

옥류각 동춘당 송준길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지은 정자
옥류각동춘당 송준길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지은 정자하주성

조선조 인조 17년인 1639년에 계곡의 바위 위에 지은 건물이다. 이곳에서 송준길은 우암 송시열, 송애 김경여, 창주 김익희 등 당시의 훌륭한 학자들과 함께 학문을 토론하였다. 옥류각은 전면 3칸, 측면 2칸 규모이며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계곡 사이의 바위를 의지하여 서로 다른 높이의 기둥을 세우고 마루를 짠, 특이한 하부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바위를 살려 다른 높이의 기둥을 세운 정자. 정자를 지은 송준길의 자연사랑을 알 것 같다. 정자는 앞면이 계곡 쪽으로 향하기 때문에 옆면으로 출입하도록 하였으며, 입구 쪽부터 2칸은 마루, 1칸은 온돌방이다. 건물 위쪽에는 현재 비래암이라는 절이 자리하고 있다.

기둥 정자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각각 그 길이가 다르다
기둥정자를 받치고 있는 기둥은 각각 그 길이가 다르다하주성

정자를 오르는 계단 정면에 계단을 두지 않고 측면에 두었다. 이도 자연경관을 살리려는 배려에서다
정자를 오르는 계단정면에 계단을 두지 않고 측면에 두었다. 이도 자연경관을 살리려는 배려에서다하주성

대전 대덕구 비래동 산 1-11에 소재한 옥류각은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7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이라, 일부러 여행길에 송준길 선생의 흔적을 찾아 동춘당이며, 이곳저곳을 돌아보고 싶어 여정을 그쪽으로 잡았다.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비래사라는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오르면서 하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절집이 어디쯤 있느냐고. 걸어가기는 좀 멀고, 차를 타고가면 절집 마당까지도 차가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차를 몰고 절집까지 갈 수가 있으랴. 천천히 산행도 즐길 겸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딴 곳이라면 몰라도 현장을 돌아보면서 나름대로 지키는 것이 있다. 절집과 정자는 가까운 곳에서부터 걷는 것으로 정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 정취를 더 음미하고자 함이다. 절집과 정자는 여느 문화재가 있는 곳과는 다르게 풍광이 뛰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옥류각 정자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도록 한 멋진 정자다
옥류각정자 밑으로 계곡물이 흐르도록 한 멋진 정자다하주성

저만큼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앞에는 커다란 고목이 한그루 서 있다. 보기에도 풍치가 있어 보인다. 걸음을 재촉해 가까이 다가갔다. 옥류각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찬찬히 주변을 돌면서 살펴본다. 어찌 이리 흐르는 계곡 위에 누각을 지었을까? 자연 그대로를 살려지은 정자가 더욱 멋이 있다고 느낀다. 방 밑으로 흐르는 계곡물은 맑기만 하다. 지금은 비록 퇴락한 주인 잃은 누각이지만, 한 때는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이야기로 밤을 지새웠을까?


옥류각 지금은 비록 낡고 퇴락했으나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정자다.
옥류각지금은 비록 낡고 퇴락했으나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린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은 정자다. 하주성

선생은 이 옥류각을 짓고 사람들에게 세상을 멀리하라고 가르쳤다. 그것은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구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이 계곡 물 위에 지어놓은 누각 하나가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송준길 선생의 앞을 내다보고, 후손들에게 당부를 하고 싶은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우리 문화재를 찾는 일을 계속하는 것도, 그 안에 많은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지, 그 안에는 변하지 않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옥류각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유난히 청아하게 들리는 것도, 오늘 또 작은 깨달음 하나를 얻었기 때문인가 보다.
#옥류각 #동춘당 #송준길 #비래동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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