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로 들어가는 석문. 최치원이 썼다는 큰 글씨가 있다.
전용호
쌍계사로 들어가는 석문화개동천(花開洞天). 지리산 화개동 일원은 예로부터 선경의 별천지(무릉도원)라 했다는데…. 천년고찰이 있는 쌍계사로 향한다.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가는 십리 길은 가을이 깊어간다. 의외로 한산하다. 계곡 건너로 온통 차밭이다. 그래, 이곳이 녹차 시배지지. 보성차밭같이 아름다운 선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올망졸망한 녹차밭은 살가운 느낌이 든다.
길 양편으로 음식점들이 즐비한 곳에 멈춰 선다. 다리 입구에는 쌍계사 400m라고 알려준다. 다리를 건너면 음식점들이 둥그렇게 모여 있다. 이른 시간인지 아직 한가하다. 서둘러 떨어진 낙엽이 시멘트 포장 위를 굴러다닌다.
음식점 광장을 가로지르면 커다란 바위 두 개 사이로 길이 있다. 바위에는 '쌍계(雙磎)'와 '석문(石門)'이라고 큰 글씨가 쓰여 있다. 신라 최고의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이 지팡이 끝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는데…. 기교 없이 쓴 것 같아 보이면서도 바위 면을 꽉 채운 글씨는 당당함이 배어나온다.
천년 세월을 지나 생생하게 살아 있는 비문매표소를 지나니 키가 큰 굴참나무들이 쭉쭉 뻗고서 키자랑을 한다. 절로 가는 길이 싱그럽다. 계곡물은 말랐다. 한여름 꽐꽐거리며 넘쳐흐르는 물은 다 바다로 갔을까?
굴참나무 길이 끝나는 곳에 일주문이 섰다. 일주문에는 삼신산 쌍계사(三神山 雙磎寺)라고 현판을 달고 있다. 지리산이 아니고? 지리산 자락을 내려온 삼신봉을 주봉을 삼아서 그런가? 문을 연달아 지난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숲이 깊어 햇살을 가린 문들을 지나니 자연히 마음이 가라앉는다.
최근에 세워진 커다란 9층탑을 만나고 그 뒤로 팔영루가 막아선다. 팔영루는 쌍계사를 창건한 진감국사가 중국에서 불교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와 범패(梵唄, 불교음악)를 만들어 교육한 곳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