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불공정계약, 근절할 수 있을까

['동방신기' 판결의 의미와 과제 ① ]

등록 2009.11.01 09:48수정 2009.11.0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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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은 우리나라 연예산업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의미 깊은 판결을 내렸다. 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 등 동방신기 멤버 3명이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인 것. 이로써 SM과 동방신기가 맺은 13년간의 전속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며, 이는 원천적으로 불평등계약임이 법적 잣대에 의해 객관적으로 판가름 나게 되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SM은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신청인들의 의사에 반해 연예활동에 관해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하지 말고, 독자적인 연예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연예계 안팎에서는 그간 일부 기획사를 중심으로 만연해 온 불공정계약 관행에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한국 연예산업의 특수성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엇갈려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 연예산업이 안고 있는 전근대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진단하여 합리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른바 '노예 계약'을 근절시키고, 연예인 인권향상 등 근본적인 인식개선을 위한 대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앞으로 3회에 걸쳐 이번 법원 판결의 의미와 과제, 그리고 해결방안과 대안은 무엇인지 각계 의견을 종합해 짚어보고자 한다.

①사회적 - 법적 - 인권적 의미 남긴 '동방신기 판결'
②'동방신기 판결' 한국 연예산업에 독일까, 약일까
③불공정계약 근절 위한 대안은? … '계약 단계 다원화' 등 고려해 볼만

법원의 이번 판결이 갖는 의미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재판부가 동방신기 멤버들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그간 일부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불공정 관계가 새롭게 재정립되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힘의 논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연예인의 입장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향후 연예인의 권익신장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 교수(한국예술학과)는 "한국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외형적으로는 규모도 커지고, 기업화된 반면 계약의 합리성이나 관리 등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게 사실"이라며 "이번 판결이 연예산업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합리화, 나아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긍정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동방신기 사건의 판결이 앞으로 연예계의 불공정계약을 근절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가 법률적 강제성이 없어 실제 적용에 한계가 분명했던 반면, 법원의 판결은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특히 기획사가 소속 연예인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봉건적 종속관계로 '지배'할 수 없음을 법적으로 판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박주민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일부에서는 본안 소송 이전의 구제제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의미를 축소하는 시각도 있지만, 가처분절차라 할지라도 재판부가 양측의 법적공방 절차를 심도 있고, 충분하게 검토한 후 내린 결정이기에 그 의미가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재판부가 이 소송의 본질이 불공정계약이라고 판단했으며, 법원에 의해 이 계약관계의 부당성이 증명된 셈이기에 이번 가처분신청 결과가 본안 소송과도 의미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차원에서도 한층 발전된 판결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문화연대 김명신 공동대표는 "근래 들어 시장논리가 더 중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것은 다행"이라고 환영하며 "한류열풍을 바탕으로 관련 산업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연예인의 인권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이 들어있다"고 의미를 해석했다.

김 대표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다보니 기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되는 계약관계가 체결되는 일이 많았다"며 "이번 판결이 연예계의 이런 폐단을 없애고, 인권의식이 변화되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법원 판결에 대한 의미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되었지만, 이번 결정이 그간 불합리한 계약관계에 놓였던 동방신기 멤버들의 권리를 되찾았다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앞으로 연예계 불공정계약 관행을 없애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란 견해는 대부분 일치했다.

특히 이러한 움직임이 연예인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해주는 장치가 되어 장기적으로는 한국 연예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를 촉발한 일부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 간의 불공정계약 관행들은 우리 연예매니지먼트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들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으며, 유사한 분쟁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법적 판단의 선례를 남겼다는 점도 의미 깊다.

- 계 속 -
#동방신기 #불공정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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