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신도시와 4대강 사업

등록 2009.11.11 15:11수정 2009.11.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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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묻은 개가 재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세종신도시와 4대강 사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4대강 사업은 똥이고 세종신도시는 재이다. 4대강 사업은 세종신도시보다 훨씬 문제가 많다. 파헤쳐진 강은 돈먹는 불가사리가 될 것이다. 수심 5∼6m를 유지하려면 매년 수백수천억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는 준설도 못하고 방치될 것이다.

지금 이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운하를 '비전'으로 삼은 대통령이 반대여론에 밀려 "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서, '4대강 살리기'라는 위명(僞名)으로 사실상의 운하를 파고 있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은 탈법·파행·억지·무리·졸속·편법으로 강행되고 있다. 치수사업이 왜 이런 편법·파행·졸속으로 강행되어야 하는가?

치수사업은 이 정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전의 정권도 이후의 정권도 한 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 최우선의 사업이다. 치수사업은 잠시 스쳐가는 권력자의 신념이나 비전으로 몰아붙일 사업이 아니다. 기후변화, 홍수예방, 수질개선, 수량확보, 경기부양 등 모두가 국민의 운하반대정서를 호도하려는 기만적 구호에 불과하다.

4대강 사업은 명백한 운하사업이다. 길이 320km, 폭 200m, 깊이 6m로 강바닥을 준설하고 11m 높이의 보를 막아 강물의 흐름을 막는 공사가 어떻게 강을 살리는 사업인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극치이다. 운하가 아니면 보를 막아 강을 토막내고 강바닥을 파헤칠 이유가 없다. 황포돛배 몇 척을 띄우기 위해 강을 토막내고 수십조원의 혈세를 퍼붓는 나라는 제정신의 나라가 아니다.

꽉 막힌 권력자의 시대착오적 망상으로 이 나라는 지금 운하광풍(運河狂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인운하, 한강운하, 낙동강운하, 영산강운하, 중량천운하, 안양천운하... 산야가 파헤쳐지고 강이 토막나고 있다. 강은 5년 임기 대통령의 사유물이 아니다. 강은 두고두고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재산이다. 공명심의 포로가 된 무지막지한 권력자의 환상으로 국토가 훼손되고 재정이 거덜나고 있다.

운하는 철도, 도로, 항공기가 없었던 19세기 유물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통령은 운하를 비전으로 삼아 국민을 속여가며 권력의 위세로 운하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의 식견과 판단만이 옳다는 자만과 아집으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지금 기존의 보를 허물고 운하를 폐쇄하는 나라는 있어도 운하를 파는 나라는 없다. 더욱이 반도국가의 종단운하(縱斷運河)는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나라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운하가 필요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운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과거퇴행적 운송로이다. 인력거나 소달구지 시대로 가자는 것과 같다. 운하는 결코 미래의 운송로가 아니다. "어리석은 자는 이치를 거슬리는 것으로 실패한다"(愚者敗之於逆理)고 했다. 4대강 사업은 제2의 세종신도시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임석민, 한신대학교 경상대 교수


덧붙이는 글 임석민, 한신대학교 경상대 교수
#4대강 #세종신도시 #이명박 #운하 #치수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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