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에 의심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남소연
병원이 병을 키우고, 언론이 불안감 키우고사회 :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달현 :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인간-돼지-조류의 독감바이러스가 섞여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출현한 사례다. 다행히 유전자정보가 조기에 파악되고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해 대처가 가능하긴 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무척 강해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강한 데다 증상의 전변도 무척 빠르다. 가령, 한 교실에 환자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될 뿐 아니라 증상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 큰 불안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수창 : 언론보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 위주의 선정적 보도는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보인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박유원 : 가족들과 함께 3주 간 미국에 다녀왔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신종플루 관련 보도가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정수창 : 매일 사망자 위주의 보도를 선정적으로 해대고 있는데, 사망자 수를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다뤘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놓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령, 매년 계절독감으로도 우리나라에서만 수천 명이 사망한다는 사실은 왜 알리지 않는가.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사회 : 계절플루와 사망률을 비교하면 어떤가.
이은경 : 미국의 경우 매년 3만 6000명 정도가 계절플루(독감)로 사망하는데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년 약 2000-4000명이 계절플루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반해,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52명이다.
사회 : 물론 죽음의 무게를 상대적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위험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그 위험성이 다소 과장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마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는 젊은층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또 독감과 달리 백신이 미리 준비돼 있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은경 : 맞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한계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계절플루라고 해서 노인과 아이들만 사망하지는 않는다. 안타깝지만 한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단언하건대 지금과 같은 혼란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환기를 자주 시키며 손을 자주 씻고 코와 입을 만지지 않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남선 : 신종플루에 걸리면 반드시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병이다. 물론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경미한 감기 기운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마스크를 쓰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고열과 인후통(목통증) 등 조금 더 증상이 심할 경우는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를 처방 받으면 된다. 콧물이 좀 난다든가 하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특별한 증상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점을 꼭 당부 드리고 싶다.
이은경 :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은 공공장소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한 성인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사회 : 백신과 타미플루의 부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은경 : 논란이 많은 문제긴 하지만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 백신을 모든 국민이 맞아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하게 되면 집단 전체의 면역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염력도 한풀 꺾일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재기를 하거나 자비를 들여서라도 접종을 하려 들면 오히려 혼란만 커질 수 있다.
조남선 : 간혹 검사 없이 타미플루만 처방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항체가 생성되었다면 더 이상 신종플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