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대표지난 12일 안성석수 사무실에서 김동현 대표와 인터뷰하는 가운데 그가 환하게 웃고 있다. 대표라는 직함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외모는 아주 수수한 이웃집 아저씨였다.
송상호
안성에서 최초로 생수 배달(판매)사업을 시작한 '안성석수'의 김동현 대표. 그는 초창기부터 18년 가까이 생수 가격을 그대로 받았다는 이력도 가지고 있다. 19년 전 초창기에도 냉온수기용 생수 한통(18.9L)에 5천원이었던 것을 18년이 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고수해왔다. 덕분에 소비자들이 "그 정도 받아서 남기는 하는 겨?"라고 걱정해 줄 정도. 어쨌든 올해 초부터 6천원으로 올려 받긴 했다.
창업 초창기엔 모두가 그랬다. 다들 비웃거나 신기해했다. 91년도, 서울에선 그나마 물을 사고팔았지만, 농촌도시 안성(그때만 해도 안성은 시가 아닌 군이었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크고 작은 산도 많고 저수지도 많은 곳에서 물장수라니. 물 배달하는 차를 끌고 다니면 "뭐하는 차인겨?"라고 묻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초창기 3년은 물 파는 것은 고사하고 물을 사먹을 수도 있다는 인식부터 바꾸느라 고진감래였던 것. 은행 같은 데에다가 무상으로 냉온수기를 공급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물을 먹였던 것. 그랬더니 찬물과 더운물이 나오고, 물맛도 괜찮고, 몸에도 괜찮은 것 같으니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점차 열었다고. 그야말로 시민들에게 물을 먹이니 반응이 왔다는 것이다.
물 때문에 '대박, 외도, 물 먹은' 일화. 십 수 년 전 골프장 공사 하면서 식수를 건드려 한 마을 전체가 식수대란에 빠진 일이 있었다. 이 때 한 마을 전체가 김동현 대표의 생수를 사 먹었다고. 두어 달 간 생수가 없어서 못 팔 지경. 소위 대박을 터뜨린 것. 마을 사람들은 울상이었지만, 김 대표는 때 아닌 호황이었다나 뭐래나. 이 세상일은 항상 양면이 있다는 일화였다.
10여 년 전엔 외도도 했다. 외도란 안성 사람들이 아닌 타 지역사람들에게도 물 공급을 했다는 뜻. 평택, 오산, 광해원, 장호원, 천안, 입장 등을 영업 개척해서 물을 공급하기도 했다. 안성이 워낙 시장도 좁은데다가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사업 번창은 둘째 치고 먹고 살아야겠기에.
어떤 때는 물 때문에 물 먹은(?)일도 있었다. 초창기 몇 년 동안 밤에 잠을 서너 시간 자면서 영업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건강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한 달 넘게 입원하는 소동을 벌였다. 물 팔아 돈 벌려다가 물에게 호되게 한 방 먹은 셈. 아프면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이 단기코스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것을 그때 다짐했다. 또한 훗날 사훈이 "참되게 열심히 살고 사회에 봉사하자"로 정한 배경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