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어떻게 바라보고 읽어야 할까?

궁궐 읽기를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의 올바른 이해를 생각한다

등록 2009.11.14 16:38수정 2009.11.1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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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宮闕)은 한 왕조를 이끌었던 최고 통치자인 국왕(國王)이 살고 일했던 곳이다. 한 왕조에서 국왕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따라서 왕실을 중심으로 한 역사, 국왕을 중심으로 한 왕실의 문화, 곧 궁중문화(宮中文化)가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국왕이 평생을 머물렀던 삶의 공간인 궁궐의 중요성 또한 말할 수 없이 크다. 우리가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의 상당한 부분이 궁궐을 주요한 배경으로 하고 있음은 이를 잘 보여준다.

 

궁궐과 궁중문화유산이 가장 풍부하게 남아 있는 조선왕조(朝鮮王朝)와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사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학창시절 수많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역사적 사건들에 관해 간략히 배웠다. 왕자(王子)의 난, 집현전(集賢殿), 네 번의 사화(士禍), 임진왜란(壬辰倭亂), 환국(換局), 탕평정치(蕩平政治), 규장각(奎章閣), 세도정치(勢道政治), 을미사변(乙未事變), 대한제국(大韓帝國)의 성립 등등. 이러한 수많은 사건들의 배경의 대부분이 바로 궁궐이며, 국왕과 관계되지 않은 것 또한 거의 없다. 이것은 고대사나 고려사의 경우에도 그다지 차이가 없다.

 

이는 과거로부터 많은 인기를 끌었던 수많은 사극(史劇)들에서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조선왕조 500년>, <한명회>, <용의 눈물>, <왕과 비>, <태조 왕건>, <허준>, <여인천하>, <대장금>, <이산>, <대왕 세종>, <영원한 제국>, <왕의 남자> 등등 수많은 인기를 끈 드라마나 영화들 가운데 궁궐과 궁중문화와 관계되지 않은 것은 거의 없다. 물론 <허준>, <대장금>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지만 그들이 활약하는 주 무대는 궁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비중과 사례에 비하여 우리가 궁궐과 궁중문화에 관해 아는 것은 의외로 적다. 그나마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물론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높아져가면서 서울의 다섯 궁궐의 이름과 더불어 그 대강을 알고 있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더 이상 자세한 것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 역사교육이 지니는 아쉬움이라 하겠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극을 통해 역사 공부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거의 대부분의 사극들이 역사적 사실을 지나치게 왜곡하고 있음은 물론 식민주의사관의 늪에서 전혀 헤어나오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왕비와 후궁들은 권력을 두고 암투를 벌이거나 씨앗 싸움하기에 바쁘다(<여인천하>). 정조가 부각되었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절대선으로 본다든지 일면 독재군주의 잔영이 떠오르는가 하면 심지어 독살당했다는 허구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있기도 하다(<이산>, <영원한 제국>).

 

세종의 인간상과 고뇌가 부각되었다고 하지만 권력에 대한 야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든지 고려를 부흥시키고자 하는 세력들이 활개를 친다든지 등등 전혀 있지도 않은 모습들이 여과 없이 방영되는 데에서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왕 세종>). 이밖에도 수많은 잘못된 사례를 보여주고 있는 사극을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도대체 왜 이와 같은 현상들이 생기는 것일까? 여기에는 궁궐이 지니는 본질과 가치를 의도적으로 감추고자 했던 일본의 잘못이 크다. 그러나 해방 이후 우리의 무지, 오해, 편견으로 이러한 문제점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물론 최근에서야 궁궐은 조금씩 그 상처가 아물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이쯤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학자들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들의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는 주체는 결국 우리 모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우리의 자세도 새삼 중요하다. 잘못된 교육만을 탓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그런 잘못된 교육을 만들어낸 것 또한 우리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숭례문(崇禮門)이 불에 탄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그 아픈 순간을 떠올려보자. 물론 우리 시민들의 우리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숭례문이 입었던 상처를 온몸으로 아파했고, 분노했으며, 흐느꼈고, 삿대질했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 마음을 되돌아보며 진지하게, 냉정하게 반성할 필요도 있다.  

 

우리는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수도 없이 외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역사 과목이 입시의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이다. 역사 과목만 좋은 점수가 나오고, 국 영 수 점수가 좋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님들은 역사 공부 잘 한다고 만세를 부르며 좋아할까?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으로 공부하겠다면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밀어줄까? "그것 전망 있어?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어?" 이런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오지 않을까?

 

이를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넘어간다면 숭례문 현판에 써 있는 '崇禮門' 세 자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은 세상이 전혀 이상하게 보일 리 없는 것이다. 숭례문의 화재를 가슴 아파 하면서 정작 그 한자 세 자조차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이 현실. 학자들의 연구도 중요하고 사회 지도층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냉정하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불법으로 강점되고 난 지 내년이면 꼭 100년이 된다. 그 100년의 세월은 참으로 파란만장했다. 궁궐과 궁중문화 역시 모진 풍파를 겪고 오늘에 이르렀다. 한 나라의 고급문화이면서 정수이자 종합인 궁중문화와 그 주요 무대인 궁궐은 문화의 세기라는 21세기 가장 중요한 문화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담당할 것이다. 그러나 그 엄청난 가치와 역량을 우리 스스로가 제대로 알고 가꾸지 못하는 이상 우리의 문화역량이 상승할 것이라는 바람은 어쩌면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할 때다.

 

♧ 참 고 문 헌 ♧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서울>, 돌베개, 2004.

허   균, <고궁산책>, 교보문고, 1997.

홍순민,'창덕궁과 후원', <한국사시민강좌> 제23집, 일조각, 1998.

덧붙이는 글 | 위에 소개된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그동안 틈틈히 써두었던 여러 글들, 그리고 최근에 가진 여러 생각들을 묶어 글을 썼습니다.

2009.11.14 16:38ⓒ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위에 소개된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그동안 틈틈히 써두었던 여러 글들, 그리고 최근에 가진 여러 생각들을 묶어 글을 썼습니다.
#궁궐 #궁중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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