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라 KBS 계약직지부 지부장이 이병순 현 KBS 사장과 함께 사장후보 5인방에 들었다.
장윤선
현 사장과 그가 해고한 노동자가 모두 사장 후보"사장님! KBS 비정규직 노동자들 복직시키십시오. 왜 못 본 체하십니까."
지난 10월 12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이병순 KBS 사장을 향한 한 여성의 외마디가 모든 이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국회 경위들이 몰려들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국감 전 모든 증인들을 밖으로 나가게 한 뒤 신분증 검사를 하고 다시 입장토록 했다. 일대 사건이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홍미라(35) KBS 계약직지부장이었다. 1999년 7월 KBS 파견직 사원으로 입사해 KBS 시청자상담실에서 일했던 홍 지부장은 정부의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던 7월 1일에 잘렸다. 회사가 제안한 자회사나 외부업체로 가지 않겠다고 하니 법 시행하는 첫날 해고된 것이다. 해고를 총괄 지시한 사람은 이병순 사장이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경영개혁단을 만들어 가장 먼저 비정규직 해고에 나섰다. 약한 고리부터 자르기 시작한 게다.
홍 지부장은 112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해고자 복직과 계약해지 중단을 요구하면서 '투쟁 중'이다. 그동안 이들은 국회 앞에서 1인시위도 했고 KBS 본관로비 점거농성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차 본교섭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홍 지부장은 지난 11일 KBS 새 사장 후보에 등록했다. KBS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홍 지부장을 5배수로 압축된 후보군에 넣었다. KBS 사추위가 천거한 5명의 KBS 사장후보는 이병순 현 사장, 강동순 전 감사,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장, 이봉희 전 미주 KBS 사장 그리고 홍 지부장이다.
이병순 사장과 홍 지부장은 19일 면접시험을 함께 치르게 된다. 이병순 사장 처지에서 보면 자신이 해고한 노동자와 함께 '사장후보'가 된 셈이다. 참으로 재밌는 형국이다.
이보다 더 역설적인 상황이 있다. KBS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들은 '이병순·강동순·김인규' 3인에 대해 '부적격 후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정치적 편향 때문이다. 심지어 KBS노조는 김인규 회장이 사장이 되면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 해석해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은 홍 지부장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되는 건가.
<오마이뉴스>는 14일 오후 홍 지부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와 맞붙어 싸우다 KBS의 사장이 되기로 결심한 홍 지부장. 왜 사장이 되려는 것일까. 그는 '공익과 인간이 자본과 효율을 압도하는 KBS'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나머지 4명과 경쟁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