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캐논에서 '2009년 최고의 반전'이라는 광고와 함께 야심차게 출시한 DSLR 카메라 'EOS 7D'
캐논 홈페이지
"2009년 최고의 반전!"세계 최대 디지털카메라 생산업체인 캐논이 지난 9월 DSLR(일안 반사식 디지털) 카메라 'EOS 7D' 모델을 출시하면서 내건 광고 문구다. 그러나 'EOS 7D'가 가져올 올해 '최고의 반전'은 다름 아닌 허위·과장 광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논이 'EOS 7D'의 핵심 성능 중 하나로 내세운 '시야율 100%'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광고 문구에 현혹돼 해당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카메라 동호회를 중심으로 집단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캐논이 광고 문구를 '약 100%'로 급히 수정만 한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DSLR 카메라 시장의 50%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시야율 100%'는 허위·과장 광고"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그랬다. 캐논의 광고 문구대로 'EOS 7D'가 출시됐을 때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60프레임 HD동영상 촬영, 1800만 화소, 초당 약 8프레임의 고속 연사, 19포인트 크로스 AF센서, 시야율 100% 등 동급 최고 사양이면서도 가격은 220만 원 대에 불과했다.
특히 DSLR 카메라에 있어 '시야율 100%'는 최고 등급 카메라의 상징으로 통한다. 시야율이란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피사체가 보이는 비율을 말한다. 즉, 시야율이 100%면 뷰파인더에 보이는 그대로가 사진에 촬영된다. 반면 시야율이 100%보다 작으면 실제 사진에는 뷰파인더로 본 영상보다 더 많이 담기기 때문에 원치 않은 피사체나 배경이 사진에 들어가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
'시야율 10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부품인 펜타프리즘이 더 커져야 하고 카메라의 구조도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당연히 카메라 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카메라 제조업체들도 고가의 최고급 카메라에서만 '시야율 100%'를 구현했다. 캐논의 대표 기종인 1:1 FF카메라 'EOS 5D'도 시야율이 96%에 불과했고, 그 후속 기종인 'EOS 5D mark2'도 98%의 시야율에 그쳤다.
물론 아마추어 사진사들에게 시야율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아마추어이면서도 전문가 수준의 촬영 실력과 그에 준하는 고성능 카메라를 원하는 '하이 아마추어(High Amateur)' 고객들에게 '시야율 100%'는 지갑을 열게 하기에 충분한 요소(스펙)였다. 캐논이 홈페이지와 인터넷, 신문 등에 게재한 광고에서 '시야율 100%'를 유난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9월 말 발매가 이뤄진 뒤 카메라를 받아든 소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소비자들도 캐논 관련 사이트에 글을 올려 불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진을 찍어보니, 뷰파인더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넓게 사진이 찍혔기 때문이다. '시야율 100%'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후 일본 DSLR 카메라 잡지인 'DCM'과 누리꾼들이 실측을 실시했고, 'EOS 7D'의 시야율이 100%가 아니라 97% 전후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심지어 DSLR 카메라 동호회 게시판에는 "캐논 본사에서도 실측을 해 본 결과 시야율이 96~97%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글이 올라왔다. 캐논이 시야율과 관련 대대적인 허위·과장 광고를 한 것이다.
'EOS 7D'의 시야율이 거짓으로 밝혀진 뒤, 캐논 홈페이지 등에 올려진 상품 제원표를 다시 확인하던 누리꾼들은 또 한 번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시야율 100%'라는 큰 광고 문구 바로 아래 사진과 함께 쓰여 있는 작은 문구에는 '약 100%', '거의 일치'라고 쓰여 있었던 것. 누리꾼들은 "(캐논측에) 완전히 농락을 당했다"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