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1만t' 붕 뜨나... 북 무응답·서해교전에 결재 미뤄

통일부 지원 발표 20일 지났지만 진척없어

등록 2009.11.16 16:46수정 2009.11.1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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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달 26일 북한에 옥수수 1만t과 분유 20t, 의약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북측이 여전히 응답이 없는 가운데 서해교전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옥수수 1만t'마저 공중에 붕 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정부부처 차관급들로 구성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통해 옥수수 1만t 지원 비용 약 40억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수렴 작업을 벌였다. 이렇게 해서 정부 내 실무차원의 의견조율은 마쳤지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현재까지 최종 결재를 하지 않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전체적인 지원과 관련한 절차가 당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지연이 되고 있다"면서 "최종 의결이 지연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 뒤의 지원관련 절차는 전반적으로 지연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 "당초 북한이 요구한 건 식량 10만t이었다"

 

애초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사용결정 절차를 마치고, 지난주쯤에 옥수수 구매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통일부 한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걸렸을 일정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북측이 애초 식량 10만t을 요구했었다"는 청와대 홍보라인 고위당국자의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당국자는 지난달 말 한 비공개 모임에서 "당초 북한이 요구한 건 식량 10만t이었으나, 우리는 옥수수 1만t을 주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옥수수 5만t 제안을 거부했던 북측이 '자존심'을 상해,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과 연결된다.

 

북측의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일, 남측의 여론을 전하는 '단평'(촌평) 형식을 통해 '옥수수 1만t 지원' 문제에 대해 "농부의 지게에 올려놔도 시원찮을 강냉이 얼마 타령이니 그 치사하고 속통 좁은 처사에 남조선 사람들이 어찌 세상보기 창피하고 민망스럽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3차 서해교전이 터졌다. 교전 결과 북측 함선이 반파됐고, 그 이후 북측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를 통해 '사죄'를 요구하고, <로동신문> 등에서 "값비싼 대가 치르게 될 것"이라는 논평을 실은 데 이어, 남북한 장성급회담의 북측 대표단장은  "해상 군사분계선을 지키기 위해 무자비한 군사적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남측에서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승전'을 강조하면서, 분위기를 달궜다.

 

결국, 식량을 둘러싼 남북한의 자존심 싸움과 무력충돌이 중첩되면서, 먹구름이 끼게 된 것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남북 모두에게 다소간의 냉각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천해성 대변인은 이후 상황에 대해 "북측의 확답이 있어야 지원이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 지원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구체적인 북한의 지원수용 의사표명이라든지 이런 것을 포함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계속 검토를 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수용의사와 서해교전 이후 사태전개 등을 감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천 대변인은 이어 "북측에 대해 (수령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제의를 하거나 접촉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지금으로서는 내부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11.16 16:46ⓒ 2009 OhmyNews
#옥수수1만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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