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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는 매꽃과의 한해살이 뿌리채소로 전문이 많고 단맛이 나는 혹 뿌리를 가진 재배용 작물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조선시대 영조 39년 조엄이 일본 대마도에서 가져와 제주도에서 길렀다고 한다. 그때는 고구마를 감저(甘藷)라고 불렀고 조엄이 들여왔다 해서 '조저'라고도 불렀다 한다. 코코이모의 음이 변화하여 고구마가 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항암식품으로 통하는 고구마는 보기보다 여러 가지 효능이 뛰어나다. 녹말이 주성분인 고구마는 당질 27.7%, 단백질 1.3%, 섬유가 0.7%로 중성지방의 흡수를 저해하면서 여분의 콜레스테롤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며 다른 곡류와 달리 비타민 C를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발암억제효과, 칼슘섭취효과, 고혈압예방, 변비예방, 노화예방, 성인병 예방 효과 등 다양하다.
고구마는 60~70%가 수분으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A, B, C 등이 있단다. 어렸을 적부터 즐겨 먹었던 고구마인데 영양가도 만점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고구마에 얽힌 추억이 절로 떠오른다. 어떤 사람은 궁핍했던 어린시절에 고구마를 하도 많이 먹어서 어른이 되어서는 쳐다보기도 싫어서 안 먹는다는 사람도 있다.
시골에서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 그 어린시절부터 먹어왔던 고구마인데도 나는 아직도 고구마가 맛있기만 하다. 모두가 힘들게 살았던 시절에 부모님과 언니 동생들과 함께 했던 그 따뜻한 추억이 살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맘때쯤이면 부모님이 고구마를 택배로 부쳐주신다.
옛날에 먹었던 맛이나 지금이나 고구마 맛은 여전하고 추억과 함께 먹어서 옛 맛 그대로이지만, 군불 넣은 온돌방 아랫목에 온 식구들 모여앉아 먹었던 군고구마 맛이 아직도 그립다. 지난 추석 때 부모님 집에 갔다 돌아올 때, 아직 수확전의 고구마를 캐서 자루 반쯤 되는 분량을 가지고 왔었다.
반 자루쯤 되는 고구마를 캐서 돌아와 애들한테 조금 보내주고 매일 조금씩 삶아서 한 두 개 이상은 먹다보니 얼마 안 가서 동이 났다. 달고 포슬포슬한 밤고구마의 맛이 아직도 혀끝에 남아있는데 고구마가 없으니 허전했다. 감사하게도 며칠 전에 고구마를 수확해서 부모님이 택배로 고구마를 부쳤다. 선물 한 아름 받은 것처럼 반가웠다.
당장 고구마를 삶아 맛을 음미하면서 먹고 있다보니 고구마에 얽힌 옛 추억들이 뜨거운 고구마에서 올라오는 수증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늦가을 고구마를 수확해 집에 들이는 부모님을 도와 고구마를 파고 옮기기도 했던 어린시절, 날씨가 제법 쌀쌀해지는 10월 말이나 11월 초쯤이면 고구마를 수확했다.
하루 온종일 밭에서 고구마를 파고 저녁이면 경운기로 고구마를 집으로 옮기느라 온 식구들이 동원되었다. 안방 윗목 서늘한 곳, 장롱 옆 빈 공간에 빈 박스들을 뜯어서 두 겹 세 겹 높은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 고구마를 가득가득 채워 넣고 남은 것은 또 창고에 들였다. 온돌방 윗목 구석 가득 쌓인 고구마는 겨울 내내 우리 식구들의 군것질거리가 될 것이었다.
엄마는 해마다 잊지 않고 우리에게 교회 사택에 고구마를 한 자루 심부름 보냈고, 이웃에 사는 홀로 자녀를 키우며 살던 집에도 고구마와 채소 등을 푸짐하게 갖다 주었다. 늘 그랬다. 고구마를 수확 하고 김장을 끝내고 나면 겨울은 점점 깊어만 갔다. 추운 겨울 저녁이면 가마솥에 밥을 끓여내고 저녁밥상을 차리고 나면, 누룽지 섞인 뜨끈뜨끈한 숭늉까지 다 끓여내고 나면 군불을 넣었다.
군불은 아궁이 깊숙이 넣었다. 장작불이 활활 타오르는 부엌에서 가마솥에 든 물은 수증기를 쉭쉭 끊임없이 내뿜고 데워진 물로 식구들은 차례로 부엌으로 나와 하루분의 피로와 먼지를 씻어냈다. 장작불도 활활 다 타오르고 나면 불길 사윈 그 자리엔 붉고 환한 보석처럼 찬란한 숯불로 부엌이 환했다.
나는 부엌 아궁이 앞에 앉아 신비로운 불꽃세계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숯불은 하나의 신비였다. 너울너울 춤추던 불꽃 사윈 뒤 나무에 깊이 배여 든 불꽃은 환하게 나무 결 따라 붉은 보석을 아로새겨놓았다. 장작이 다 타고 불꽃이 사윈 뒤에야 환히 보이는 붉은 신비였다.
그것은 장작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섬세하고 신비한 또 하나의 불꽃손길이 만든 예술이었다. 그 환한 신비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내 마음에 상상력을 불 지피곤 했고 설명할 길 없는 그 신비에 괜시리 슬퍼지기도 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말고 문득 생각난 듯 숯불 안에 고구마 몇 개를 던져 넣었다.
숯불의 붉음도 점점 스러지고 재가 남게 될 때, 숯불에 파묻은 고구마를 꺼내러 다시 부엌으로 달려갔다. 부지깽이로 겉이 숯검댕이가 된 고구마를 꺼내 방에 들어가면 이불 속에 발을 묻고 모여앉아 입가에 검은 숯을 묻혀가면서 군고구마를 먹으며 우린 행복해했다.
고구마는 삶아 먹는 것도 좋지만 숯불에 구워먹는 고구마 맛은 또 얼마나 기차게 맛있는지 알 사람은 알 것이다. 따뜻한 군불 땐 방 아랫목에 앉아 이불 속에 발을 넣고 언 손 언 발을 녹이고 있으면 아버지는 엄지와 검지 발가락을 이용해 집게처럼 발을 꽉 물어서 놀래키기도 했고 장난을 걸었다.
칠남매 중 그 어느 누구도 아버지의 발 집게에 물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발 집게에 물려가면서 키득키득 웃음꽃 피는 겨울밤. 해마다 이맘때면 그 시절 떠오른다. 고구마의 계절이다. 겨울이 오면, 저장된 고구마를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튀겨 먹던 그 시절...
어린 시절 군것질거리였던 고구마를 오늘도 먹는다. 요즘은 고구마 요리법도 다양해 삶아먹고 구워먹고 또 맛탕도 해 먹는 것 외에도 아주 다양한 것 같다. 고구마에 얽힌 추억이 발갛게 숯불 핀 부엌 아궁이에 대한 추억과 함께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엉덩이가 뜨거울 정도로 뜨끈뜨끈하게 군불 지핀 방 아랫목에 모여앉아 군고구마 먹던 그 시절, 다시 그리워라.
2009.11.20 13:59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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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불지핀 방에 앉아 먹던 군고구마, 다시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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