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후유증으로 망가진 할머니 손. 이 손으로 안 해 본 일이 없다.
우양
남자일이든 여자일이든 당신 앞에 떨어진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는 할머니. 동네사람들도 "세상사람 다 놀아도 미자 엄마는 절대 안 놀아"라며 일거리가 있으면 소개를 시켜주었을 정도란다.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가혹한 세상, 특히나 아이까지 딸린 이혼녀로 살기에 너무나 버거웠던 지난 세월들. 할머니는 살기 위해 강해지고, 강해지고 또 강해져야만 했다.
"나, 돈만 벌 수 있다면 안 해 본 일 없는 사람이야. 논일, 밭일, 파출부에 노가다까지. 벽돌도 져보고 시멘트도 져보고, 고물장사 하면서는 남자들하고 싸움도 많이 해 봤네. 똥지게도 그래. 셋방 사는 사람들에게 주인이 변소 푸는 값을 내라는데 너무 많이 달라잖아. 그래서 실랑이를 하다 내가 똥지게를 가져다 직접 퍼다 버렸어. 돈도 아깝고 화도 나고 그래서 말이야. 그랬더니 소문이 났는지 어느 날 우리 집에 누가 찾아왔더라구. 여기 똥 푸는 아줌마네 집이냐구. 하하하."벽돌도 지고, 나무도 나르고, 못질도 하고 청소도 하고... 일이란 일은 닥치는대로 뭐든 했다는 할머니. 육신이 고되고 힘들어도 딸을 잘 키우겠다는 욕심에 몸이 부서지도록 일을 했지만 자식은 여전히 마음을 아프게 하는 단 하나의 걱정이다.
"자식은 맘처럼 안 되대. 노가다를 나가든 고물장사를 하든 우리 딸 만큼은 뒷바라지 해서 잘 키워보고 싶었는데... 하긴 내 형편이 그러니 뭐 잘되길 바라지도 못하지만 말이야. 애들 잘 가르치지 못했어. 막내도 중학교 겨우 나와 지금까지 결혼도 못하고 힘들게 사는데 그거(딸)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여든을 넘긴 노모가 마흔 된 딸을 걱정한다. 이제 어른이 다 된 딸을 뭐 그리 걱정하느냐고 물으니 할머니 마음에는 여전히 그 딸이 그 옛날 논두렁, 밭두렁에서 앉아 일하는 엄마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앉았던 애처로운 여섯 살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딸을 생각하면 늘 애잔하고 가슴언저리가 아려온다고.
젊은 시절 힘도 좋고 건강도 좋아 남자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만큼 일을 했다는 할머니. 여자 혼자 자식을 키우며 살다 보니 성격도 괄괄해지고 입도 거칠어져 한때는 욕쟁이 할머니로도 유명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다 옛날일이다.
과도한 노동의 후유증과 낙상사고로 척추가 내려앉고 관절들이 약해져 일은커녕 방안에서 조차 거동이 어려운 상황. 노동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가 되어주었던 술도 이제는 더 이상 마실 수 없을 만큼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지셨다.
"난 이제 꼼짝을 못해. 일어나 걸어 다니질 못하니 하루종인 방구석에만 앉아 있는 거지. 공연히 나갔다가 언덕이나 계단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큰일이잖아."자동차가 올라가기도 쉽지 않은 급경사 언덕에 위치하고 있는 할머니 집. 눈이라도 내리면 젊은 사람들도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바깥세상을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김장김치를 나누어 드리러 다음날 다시 찾아오겠다는 정창길씨의 말에도 잡은 손을 쉽게 놓지 못하시는 할머니. 또 다시 아무도 없는 빈방에 홀로 남겨져 긴 외로움과 씨름을 하실 것을 생각하니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박막순 할머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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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성산동 언덕빼기 빌라 반지하방에 전세로 살고 계심.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30만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고 계시나 약값이나 생활비로 쓰기엔 빠듯한 상황. 거동이 어려워 혼자 외출은 불가능하며 생활보조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가끔 병원에 다니는 것 외엔 거의 집안에서 홀로 지내고 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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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어르신들 친구가 돼주세요. 이 글을 읽고 어르신들에게 답글을 보내주세요. 사회복지법인 우양(www.wooyang.org/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60-1, 02-324-0455)으로 후원을 보내주세요. 편지, 이메일을 보내주시면 어르신들에게 전해드리겠습니다. 한 끼 식사보다, 하루 잠자리보다 더 큰 선물이 될 것입니다. 더불어 우양에도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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