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즈워스 '평화협정카드' 방북, 하토야마까지 간다면...

북 '금강산관광' 당국회담 간접제의에도 정부는 팔짱

등록 2009.11.23 15:02수정 2009.11.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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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5월 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5월 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유성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지난 5월 8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청사에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을 면담한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에 급격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음 달 8일 방북하는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평양체류 일정이 당초 예상됐던 1박 2일보다 길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에 따르면, 보즈워스 대표는 12월 8일에 평양에 들어가 10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이에 따라 북한 외교의 실력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회동을 넘어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울에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공개한 것을 놓고, 북미대화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감안한 것이라는 의견과, 이명박 정부에 상황변화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엇갈렸으나, 최근 들어 후자 쪽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보즈워스 방북일정 연장뿐 아니라, 최근 북한에 대해 강경발언을 계속해왔던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평화협정'까지 언급하면서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클린턴, "북한 핵 폐기하면"에서 "폐기 재다짐하면"으로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서울 발표 직후에 한 기자회견에서, 보즈워스 특별대표가 들고 갈 방북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비핵화를 재다짐(recommit)하면 북미관계 정상화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 경제지원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이 아니라 '재다짐하면'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대한 협상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 그랜드바겐을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선핵폐기론'과도 큰 거리가 있다.

 

여기에 이어 미 국무부로부터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사를 갖고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가 "우리가 (북미간) 만남을 갖기로 합의한 것은 '6자회담으로 돌아오겠다'는 북한의 암시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힌 것이다.

 

미 국무부의 필립 크롤리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10일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계획을 공식발표하면서, 그의 방북목적을 "6회담의 조속한 재개 촉진과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에 대한 북한의 재다짐을 끌어내는 것,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에 앞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 것이다. 

 

'6자회담 조속한 재개·9.19이행 재다짐' 보즈워스 방북 목적에 북 긍정신호

 

'9.19공동성명'에 대해서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17일자에 "조선(북한)은 6자회담 재개에 앞서서는 당연히 9.19공동성명에 대한 미국의 재다짐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신보>는 북한 당국이 직접 운영하는 매체는 아니지만, 북한의 입장을 대외적으로 대변해온 매체다.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하토야마 총리가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방북을 계획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온 것이다. 일본의 정부 대변인인 관방장관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가능성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10월10일 베이징에서 한 한중일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 하토야마 일본총리가 손을 잡고 있다.
지난 10월10일 베이징에서 한 한중일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 하토야마 일본총리가 손을 잡고 있다.청와대 제공
지난 10월10일 베이징에서 한 한중일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총리, 하토야마 일본총리가 손을 잡고 있다. ⓒ 청와대 제공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달 31일 최상용 전 주일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납치·북핵·미사일 등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라야 국교 정상화 교섭에 들어간다는 입장은 아니며,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 가운데 하나씩 해결해가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밝혔고, 일본 민주당의 최고실력자인 오자와 간사장도 최근 정세균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사견을 전제로 비슷한 뜻을 밝힌 바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하토야마의 연내 방북은 불가능하겠지만, 내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3차 서해교전 이후에도 남한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리종혁 조선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금강산 관광 11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금강산을 찾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과 관련해 "(남측의 3대 조건인)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안전 문제는 물론 현장방문 등 남측 정부가 원하는 것에 대해 무엇이든 협의할 용의가 있다"며 "통일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해 달라"고 한 것이다. 당국간 회담을 '간접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민간사업자간의 협의 중에 언급된 내용이기 때문에 당국간의 공식회담제의로 볼 수 없으며,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관광 재개를 희망한다면 당국간 채널을 통해 회담 제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할 뿐,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브리핑에서 "북측이 당국간 회담을 제의해 올 경우 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에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고, "우리 정부가 먼저 협의를 제안할 생각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 "금강산관광 이외에도 남북간에 여러 현안들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부정적 태도를 나타냈다. '핵심은 역시 북핵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강산 관광 대가, 현금 아닌 현물 지급 방안 검토"

 

이와 관련해 정부가 '금강산 관광재개'의 3대 조건 외에 관광대가를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금강산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쓰는 돈은 그렇다 쳐도 관광대가는 현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조건'이 해결된다 해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으로, "대북지원이 북한의 핵무장에 전용된 의혹이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7월 발언의 연장선이다. 천해성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금 검토하는 것은 없다"면서도 "3대조건이 해결된 뒤에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통해 북미대화가 크게 진전되고 이어 하토야마 총리까지 북한에 간다면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는 것"이라며 "미국과 북핵문제에 대해 이견 없다는 소리만 반복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현정은 회장을 통해 회담을 간접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당국자 회담을 제안했을 때 우리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북한이 자신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당국간 회담을 제안해올 수도 있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즈워스 #하토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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